두 가지 과제  

  지난달 4월 하순에는 한국전통무예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제 1 회 전국전통무예경연대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1박 2일 동안 치러진 이 대회에는 국선도 연맹을 비롯한 세계국선도연맹 등 모두 19개의 팀들이 참여하였다. 국선도 연맹 외공팀(국기회)은 이 대회에서 최우수 시연상과 무예급제 상을 받았다. 작년 용오름 축제에 이어 올해에도 국선도 외공의 멋을 한껏 드러내 보이며 그 실력을 인정받는 기회가 되었다.  

  두 대회를 치르면서 신경 쓰였던 부분은 세계국선도와 경합을 벌려야 하는 일이었다. 남처럼 되어버린 식구와 경쟁을 벌린다는 일은 여러 모로 편치 않았다. 세국의 외공은 우리가 하는 방식과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했고 성실히 준비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참여한 팀원들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며 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해주고 싶은 감정과 우리 팀 보다는 못 했으면 하는 상반된 감정이 수시로 교차되었다.  

  한 스승으로부터 전해진 국선도가 두 갈래, 세 갈래, 지금은 네 갈래로 나누어졌다. 어느 집단이나 분파와 분당과정을 겪지 않은 단체가 없다. 국선도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정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파는 교주나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이견(異見), 또는 제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주도권 다툼으로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가르침의 내용은 변형되고 동종집단 간에 정통성 시비와 갈등의 골은 깊어간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국선도가 단 시일에 통합되는 일이나 정통성을 지키며 자기 발전해 나가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세국의 외공시연을 보면서 두 가지 과제가 떠올랐다.

그 첫 번째는 청산 선사님께서 도법을 변형시키지 말고 정체성을 수호하라고 명하신 일, 두 번째는 도법의 원리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시대감각에 맞는 수련법을 개발하는 일, 이 두 가지였다.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변질될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들 대상으로 지도하는 수련원 경우에 있어서는 CD에만 의존하는 수련지도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나름대로 가미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도법의 원리와 그 응용, 이 두 가지는 결국 하나이며 둘이 아니다. 양자는 체와 용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체(體)가 실재(또는 본체:本體)라면 용(用)은 작용, 또는 작용되는 현상이며, 體가 이치라면 用은 구체적 상황에 적용되는 쓰임이다. 따라서 도법의 수련 원리를 체득하여 터득하고 있는 지도자 경우에는 각 개개인 수련생에 맞는 지도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수련생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수련지도를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련의 근본 이치를 터득하면 상황대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러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지도자가 많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제는 일차적으로 무엇이 국선도법이며 정체성을 수호한다는 의미가 무슨 의미인지를 먼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연후에 이를 토대로 유능한 도단의 지도자들에 의해 일선 수련원에서 상황에 맞는 수련지도를 할 수 있는 다채로운 수련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일이다. 도법은 누가 뭐라 해도 청산선사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국선도 수련 원리와 그 내용이며 몸소 가르쳐주신 내용이다. 전해주신 내용은 선사님께서 출간하신 책과 육필원고, 강연 및 인터뷰 기사 등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도법의 근간이 되는 1차 Text의 핵은 “국선도 1, 2, 3”과 “삶의 길”, 그리고 출간되지 않은 육필원고이다. 그리고 2차 소스는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배우고 익힌 내용들이다. 2차 소스는 1차 소스, 즉 텍스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우선적으로 참고삼을 수는 있지만 1차 소스에 우선할 수는 없다. 따라서 1차 소스와 상반되는 그 어떠한 내용도 텍스트가 미스프린트 되었다든가 오류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수용하기 어렵다. 국선도 연맹은 국선도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유일한 도단이다. 정법에 충실하고 텍스트를 기본으로 삼고 불분명한 기억, 개인적인 증언이나 경험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국선도의 정체성은 흔들릴 리 없다. 국선도 원본에는 한민족 수련문화의 결정체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선사님으로부터 배운 제자가 원본을 등에 업고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여 써놓은 코멘타리(Commentary )와 같은 카피 본에는 원본이 왜곡된 개인의 수련 체험이 가미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원본에 충실함은 열조를 받드는 일이나, 그렇지 않고 짜집기 해설 복사본에 현혹되는 일은 짝퉁 명품을 구입하는 도취되는 사람들과 다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수련원을 활성화 시키고 더 많은 이들에게 국선도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둘 만들어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수련지도는 일차적으로 지도를 맡은 지도자가 알아서 해야 할 고유한 몫이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하는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의 현실에서 지금의 이대로 살아남을 수련원이 몇이나 남게 될지 모를 일이다. 활기가 넘친 수련원의 존립을 위해서 모두가 합심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단 전체가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구하고자 하면 방법은 찾아지게 되어 있다.

연맹이 주관하는 공신력 있는 모임을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갖고 일선 수련원이 처해 있는 현안들을 수렴하여 하나둘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효율적인 수련원 운영 시스템을 개발 또는 도입할 수 있도록 앞장을 선다. 지도하는 문제에 있어서 간단히 해소할 수가 없는 경우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 등이다.  

ex-1) 1시간 20분 수련을 할 수 없는 경우, 이를테면 40분, 50분, 1시간 수련 시에는 어떤 동작을 빼고 수련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준비 정리운동과 행공 시간의 배분 비율, 등

ex-2) 나이, 수련생의 건강상태, 다양한 신체적 질환, 증상에 따른 수련 지도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ex-3) 국선도 준비, 정리운동과 행공에 대한 통일 동작의 제시.

ex-4) 외공 수련 동작에 있어서 Text와 불일치하는 문제의 해소.

ex-5 호흡법에 대한 단계적 지도 요령,  

국선도법의 수호와 시대에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수련법 프로그램의 개발은 차후 한반도가 주축이 되어 건강한 인류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청산선사님은 언제 어디서나 그 상황에 맞는 처방으로 수련생들을 지도를 하셨다. 도법에 크게 어긋나는 동작이 아니면 허용하셨고, 해서는 안 되는 경우에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호흡을 지도하시는 데 있어서도 사람에 따라 달리 지도를 하셨다.  

  일선 수련원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러한 구체적인 원리 응용의 방법과 노하우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 문제는 결국 지도사범 당사자가 수련을 통해 몸소 터득하고 배워가며 해결해가야 할 몫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모아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