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여의도 수련원 에세이

“국선도의 수련에 있어서 외공(外功)”

수련원장 김내균 

   일반적으로 내공은 ‘밝’을 받아 “단(丹)을 축기하는 수련”을 말합니다. 반면 외공은 흐트러지기 쉬운 “丹을 돌리는 법”을 말합니다. 내공이 내용이라면 외공은 안팎으로 뻗어나가는 형식입니다. 내용과 형식이 서로를 떠나 의미를 가질 수 없듯이 내공과 외공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청산 선사님께서 이를 “내공은 원기의 축적이며, 외공은 그 원기의 활동상(活動相).이다.”(『흰구름 걷히면 청산이거늘』,131~137쪽) 라고 표현 하셨습니다. 내공은 정(靜)이며 정(精)의 축기법이고, 외공은 동(動)이며 정(精)의 기화법(氣化法)인 셈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내공 없는 외공은 공허하고, 외공 없는 내공은 맹목이다.”는 표현을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습니다. 『삶의 길』424쪽에는 외공에 대한 청산선사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몸놀림도 가르쳐 주셨다. 이것은 ‘달단'의 참 밝을 받아 ‘단'이 많이 모이면 넋이 뿌리려 하는 것을 돌리는 법(기력의 운용)이다. '단‘이 모이지 않았을 때에는 별로 소용없는 일이다. 이 법을 배워서 싸움에 쓰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丹을 모이게 하는 것이 내공이고, 丹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 외공이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丹은 내공으로 양생된 精을 말합니다. 이처럼 내공과 외공은 국선도 수련의 두 축입니다. 내외공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사님께서 내외공에 대한 체계적인 서술을 해 놓으신 곳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외공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내리지 않으셨다는 말은 아닙니다. 위의 인용에서 보는 것처럼, “내공은 정(精)의 축기법이고, 외공은 정(精)의 기화법(氣化)이다.”고 명료하게 표현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얼핏 기록으로만 보면 마치 선사님께서 외공 보다는 내공의 중요성을 더 많이 강조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음과 같은 말씀들입니다.

“외공은 내공이 완성되고 마음만 먹으면 1 주일 내에 마스터 할 수 있다.”
“외공은 위기에 처해 있을 때에 적에 대한 공방법으로 보아도 좋다.” 
“선단(仙丹)의 외공은 내공이 이루어진 정도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면 외공만의 수련이란 이루어질 수 없으며 만일 외공에만 치중하면 이는 다른 체육훈련과 별다른 점이 없어 그 능력의 한계는 체력의 한계에 불과할 것이다.” (『흰구름 걷히면 청산이거늘』,131~137쪽)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위 인용들에 나오는 외공 개념은 “무술의 의미”로 한정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외공을 일종의 무술로만 인식하고 내공만 수련해도 좋다는 인식이 일반 회원님들에게 깔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외공을 기화법(氣化法)으로 넓게 인식한다면 그러한 오해는 불식될 것입니다. 일선에서 수련을 지도하는 저 자신조차도 한 때는, 외공을 무술로만 생각하고 시대에 걸맞지 않은, 철 지난 운동, 내공 수련에 비해 다소 품격이 떨어지는 수련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선사님께서 외공을 무술로 한정시키고 내공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하신 데에는 다음과 같은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선도 보급에 여념이 없으시던 70년대에는 외공의 중요성을 더 이상 부각시켜서는 안 될 상황이 있었습니다. 하산 후 청산 선사님은 세인의 관심을 끄시기 위해 외공 시범에 전력을 쏟으셨습니다. 이때 선사님 주변으로는 많은 무술 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들 중 자질 있는 분들을 훈련시켜 외공 시범에 동원하셨습니다. 국선도 수련법을 전하고자 했던 선사님은 외공 시범으로 사람들이 국선도법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을 기대하셨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대중들은 신기한 외공 시범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작 수련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범을 중단하시게 되셨습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나름대로 무술 수련을 하다가 온 수련생들은 내공 수련이 덜 된 분들이었기에 보다 체계적인 수련을 위해서라도 외공(무술) 보다는 내공의 필요성을 더 강조하실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처음 국선도 보급에 전념을 하실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 수련생들은 지금과는 달리 내공에만 전념을 해도 될 만한 기초 체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청산 선사님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산중수련 자체가 외공 수련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선사님은 강한 육체적 수련을 하셨습니다. 힘을 좀 쓰는 사람들이 많던 이 시기에는 조용하게 내공만 닦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선사님께서는 외공 수련의 중요성을 내공만큼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이나 삶의 길, 국선도, 1, 2, 3 등의 저술 속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해 놓으신 내용을 잘 살펴보면 내외공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각각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밝히고 계십니다. “내외공이 신화(神化 : 입신의 경지)할 때까지 수련하라.”는 말씀 속에 선사님의 생각이 가장 잘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내공은 축기법이며, 외공은 기화법(氣化法)이므로 국선도 수련은 축기와 기화, 궁극적으로 “내외공(內外功)의 신화”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공이란 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므로 내외공 수련에 있어서 내공 수련은 중요합니다. 선사님 말씀처럼 내공 없는 외공은 체력에 불과합니다. 선도 수련의 힘은 체력이 아닌 기력(氣力)이며 그 기력이 곧 내공에 있기 때문입니다.[같은 책]

   이러한 이유에서 내공(仙丹) 수련으로 “극지의 정신력, 극치의 체력, 극치의 도력, 극치의 기력을 가지고 정명완수(定命完遂)”[같은 책] 할 수 있도록 외공은 내공의 기력(氣力)을 기화(氣化)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내공은 陰적 수련이며 외공은 陽적 수련으로, 내공과 외공은 각각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양자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陰속에 陽이 있고 陽속에 陰이 있는 이치처럼 내공 속에 외공 있고, 외공 속에 내공이 있는 것입니다. 靜과 動이 치우침 없이 一和를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국선도 행공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도인도송(導引道頌) 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주만유가 현실을 유지하는 것은 중기의 운용이니 중기는 음양이 합실한 중심원리이니 유도의 윤집궐중(允執厥中)과 선도의 포일수중(包一守中)과 불도의 중도(中道)가 모두 중(中)을 집수한다.”

  국선도 정각도 수련의 핵심이 함축되어 있는 이 말씀은 中을 집수하지 않으면 우주만유 그 어떤 것도 예외 없이 분리와 해체의 과정을 밟는다는 진리를 표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陰的 수련이든 陽的 수련이든 그것은 내외가 하나(中氣)로 어울려야 하는 것입니다. 어울리지 못하면 치우치게 되고 치우침이 있는 곳에서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국선도 수련은 中의 수련입니다. 중을 집수할 때 生하고, 그렇지 못할 때 死하는 것입니다.     

   외공은 기화법입니다. 그것은 내공이 충일하여야 효과가 있습니다. 기화법에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내기전신행법(기신법)과 천신화행법(천화법), 기화화중법(화중법) 그리고 기화오공법(오공법)이 있습니다. 이 외공 수련들은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각 장부를 활성화하거나 운기와 축기를 돕는데 효과적인 수련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화법은 다음과 같이 몸 안팎을 푸는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가) “오장 육부”를 푸는 외공 나) “몸체”를 푸는 외공이 그것입니다.

가) 는 돌단자리 숨쉬기(단전호흡)를 하고 나서 호흡으로 형성된 기운을, 몸속의 장부로 보내 몸속을 오장육부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법을 말합니다. 정각도 단계에서 시행하는 이른바 내기전신행법이 그것입니다.. 이를 줄여 흔히 기신법(氣身法)이라고 합니다. 통기법 단계에서는 천화법으로 알려진 천신화행법이 있습니다. 

나) 는 돌단자리 숨쉬기로 길러진 내공을 밖으로 내보내서 몸을 단련하는 수련법을 말합니다. 초보 단계에는 화중법(和中法)과 오공법(五功法)이 있습니다. 선사님께서 언급하신 기화법 일부를 소개 하면[같은 책]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내용은 제목만 적은 것이며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기화법 전반에 관해 청산 선사님께서 기술하여 전하시는 내용은 누락된 부분 없이, 조만간 아드님인 진목법사의 해설이 곁들여 출간 될 예정입니다.] 

一, 선공법(仙功法, 三百六十五動作)

二, 기화용법(氣化勇法, 七十二動作)

三, 칠정법(七情法, 七百三十動作)

四, 삼통법(三通法, 二百七十動作)

五, 무공법(無功法, 八百十 動作)

六, 학우도(鶴羽刀, 九百動作)

七, 기법(氣法) 活斷法, 필단법(筆斷法, 心斷法, 氣...斷法, 行法, 火法, 水法

   결론적으로 국선도 외공, 기화법은 싸움하기 위한 무술이 아닙니다.
축기된 기운을 기화시키는 기화법이 외공입니다. 기화법은 공방법 이전에 오장육부나 하체가 부실하고 상기되어 있는 대다수 일반 회원님들에게 내공을 심화시켜 내기를 기르고 축기를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보다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내공을 쌓기 위해서는 情을 충일하게 하고 氣를 장대하게 하며 神을 밝게 하기 위해(精充氣壯神明), 上虛下實의 몸을 만드는 일이 필요한 수련입니다. 기화법은 하초를 실하게 하여 하단전을 강화하며 들뜬 얼을 가라앉게 하여 내공 수련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기화법은 내공은 잘 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련법인 것입니다. 
기화법 수련을 통해 발과 발목을 포함한 하체단련, 그리고 심폐기능의 확장, 근력, 지구력, 순발력과 같은 기초체력 등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내공 수련은 하체가 실하게 뒷받침해 줄 때에 단전호흡의 집중력이 증대됩니다. 따라서 부실한 하체를 가지고 단전호흡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외공 수련을 병행하는 수련이 훨씬 더 효과적인 수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