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과 호흡

   남달리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다.
습관은 학습이 아닌 반복되는 행동과 의지가 수반된 피와 땀의 결정체이다. 특히 의미부여 된 하나의 가치(價値)가 몸속 깊숙이 뿌리내리며 배어들게 될 때에 큰 위력을 발휘한다. 습관은 결과가 아닌, 행복을 얻기 위한 저마다의 선택이며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주관적인 가치들과 달리 좋고 나쁨이 분명히 가려진다. 또한 자신의 생존과 생존환경에 유익하면 좋은 것이기에 습관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인 셈이다.  

   식습관은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어떤 내용의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과 건강이 좌우된다. 음식의 질과 먹는 방식 모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급한 성향은 일하는 데에 있어서 뿐만이 아니라 식사할 때에 특히 두드러진다.

   우리 식단은 국과 찌개가 빠지지 않는다. 국에 밥을 넣은 국밥, 설렁탕, 삼계탕, 곰탕 등의 음식도 있다. 음식을 씹을 틈이 많지 않다. 침만 겨우 발라서 오물오물 한 두 번 씹는 듯하다 삼키는 것이다. 결국 포만감을 느낄 시간적 여유가 없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비만의 주된 원인이 된다. 어쩌면 이러한 식단이 우리들 삶의 방식을 조급하게 만드는 원인의 하나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문제의 심각성은 식습관이 단순한 식사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그치지 않고 우리들 마음 상태를 여실히 반영하는 호흡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단전호흡 수련을 하는 분들 중에는 날숨이 힘든 분들이 적지 않다. 들어 마시는 숨은 크지만 내쉬는 숨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몸집이 키에 비해 크고 배가 나온 분들이 대체로 이런 경향을 보인다. 들어오는 숨은 명치 위까지 차오르지만 밖으로 내 보내는 숨은 나가는 듯하다 다시 숨이 차들어 오기 시작한다. 잘 버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종종 체격이 호리호리한 분들이 이와 비슷한 호흡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자나 후자 모두 숨이 길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식습관과 호흡의 관계는 이들 양자가 모두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기에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가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어릴 때 길들여진 습관일수록 쉽게 고치기 어렵다. 어릴 때 형성된 식습관의 경우는 아이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심리나 가족환경을 드러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조급할수록 씹는 시간이 줄어들며,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급하게 먹는 습관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음식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느긋하게 마음을 한 곳에 모으고 충분히 씹고 삼킬 수 있는 차분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식습관 그대로 호흡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호흡은 여과 없이 우리들 마음과 심리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마음의 거울이다. 들숨은 잘 되는데 날숨이 상대적으로 힘든 분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몸집이 비대한 편이다.
둘째, 성미가 급하다.
셋째, 욕심이 많다.
넷째, 숨이 명치 위로 떠있다.
다섯째, 목과 어께를 비롯한 상체가 경직되어 있다.
여섯째, 힘을 빼지 못한다.
일곱째, 들이 쉬는 호흡에 치중한다.
여덟째, 혈압이 있는 분들이 많다.

  위의 특징들 가운데 두 세 개가 자신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차분한 호흡을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식습관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충분한 시간을 두고 최소 30분 이상의 식사를 즐긴다.
둘째, 식사 시간에는 말을 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직 씹는 일에만 전념한다.
셋째, 물을 마시지 말고 국도 먹지 말며 씹어서 먹을 수 있는 채식위주의 식사를 한다.
넷째, 한 입에 마흔 번 또는 쉰 번 이상 밥알을 하나씩 꼭꼭 씹어 죽을 만들어 삼킨다.
다섯째, 식사 시간에는 전화, 컴퓨터, TV, 신문, 책 등을 보거나 받지 않는다.
여섯째, 마음을 집중시켜 오직 씹는 일에 전념한다.

  인간은 하루 세끼의 식사를 한다. 세끼 식사는 1시간에서 1시간 반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식사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5~10분이다. IT강국에 걸맞은 식사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10분도 아까워서, 말을 하면서, 책을 보면서, TV를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전화를 하면서, 주식 거래를 하면서..... 밥을 먹는다.  

   위장이 성할 리가 없다. 위장이 편치 않으면 숨은 뜨게 되어 있다.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력은 현저하게 감소된다. 따라서 아무리 호흡을 잘 하려고 해도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편한 호흡을 할 수 없다. 상기현상은 이때에 일어난다.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게 되려면 오장6부가 편해야 한다. 특히 비장과 위가 편해야 한다. 왜 내 “비위를 건들지 마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뱃속이 편치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식습관을 개선하여 매끼 식시 시간을 최소 20~30분으로 늘려 즐길 수 있다면, 식사 또한 수련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셈이 된다. 아마 모르긴 해도 성급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수련하는 것보다는 꼭꼭 씹으며 느긋하게 밥 먹는 일이 다섯 배, 열 배 이상의 수련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