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제 4 호)

-국선도 여의도 수련원- 오륜빌딩 1004호

(2007년 8월 13일) (☎ 02-780-9004)

이 주의 주제 : “숨 맛”

국선도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의식을 단전에 모으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나 같은 왕고참도 흰 띠부터 무수히 그 소릴 들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내 몸으로 느껴 본 적은 없다. 단지 단전호흡을 할 때 모든 생각을 단전에 집중시켜 한 호흡, 한 호흡 정성껏 들이 마시고 내쉬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초급지도자 수련을 할 때마다, 유독 법사님과 사범님이 염불 외우듯 되풀이 하는 말씀도 “의식을 단전에 모으라”는 것이었는데, 아마 그 염불에 내가 찌들어질 정도로 중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중독으로 오늘 내가 화를 면하였으니, 그 사연을 여기에 적어 국선도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오늘은 내가 수련시간을 바꾸어 수련장으로 가는 첫날이다.

나는 새벽수련 시간을 선호한다. 그런데 수련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기에 아침 첫 시간 수련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래저래 시간을 맞추다 보니 오후 2시에서 4시까지로 내 수련 시간이 정해져 버렸다. 10월은 내가 광화문에서 수련을 시작한지 6개월로 접어드는 달이다. 그런데 수련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오후 시간은 아침보다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시간인데다, 하루의 가운데 토막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수련시간을 바꾸어 새벽 두 번째 시간에 하기로 생각을 굳혔다. 결심을 하고나서 내 가슴이 설레었을까? 5시에 일어나도 될 것을 새벽 3시40분에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기상을 해서 지하철 시간에 맞추어 경복궁역에 도착을 하니 정확히 6시 15분이었다. 부지런히 걸어가면 6시 30분부터는 옷 갈아입고 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복궁역 지하철 6번 출구는 언제나 내가 수련장과 집을 오가기 위해 내가 이용하는 출구이다. 6번 출구를 나가기 전에 건물 지하상가를 지나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너무 일찍 온 탓에 상가 철문이 닫혀있다. 그래서 비가 억수 같이 내리는 큰길 왼쪽으로 돌아서 처음 가는 길을 따라 수련원을 향했다. 이소룡 신발을 신고 가는데 신발 등이 망사로 되어 있어 신발과 양말까지 모두 빗물에 젖었다. 무지개 우산을 쓰고 어둑어둑한 인도를 따라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라식 수술을 한 뒤로 안경은 벗었으나, 밤눈은 좀 어두워져서 밤에 걷는 일이나 운전하는 일 모두가 내겐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오늘 새벽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였기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엠피3에 녹음된 선도주에 맞추어 호흡을 하면서 수련장을 향하는 길이었다.

정각도원~ 체지체능~

선도일화~ 구활창생~

정각도원~ 체지체... 쿵! 능~

선도일화~ 구활창생~ .....

선도주를 따라서 호흡을 열심히 하는데 갑자기 내 몸이 쭈~욱 아래로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컴컴해서 인도가 끊겨 옆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가다가 1m 아래로 몸이 떨어진 것이다. 마침 그 끊겨진 길 아래는 평평한 바닥이 있었고 인도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먼저 떨어진 다리는 오른쪽 다리였는데, 나는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 조금 부실하다. 그래서 넘어져 다치면 언제나 오른쪽 다리를 다쳐서, 오른쪽 무릎 위에 큰 상처가 남아 있다. 그런데다가 다리를 삐어도 언제나 오른쪽 발목을 삐곤 하였는데 이번에도 오른쪽 다리가 먼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떨어지긴 하였으나, 오른쪽 발을 그대로 땅에 디딘 채 내 몸이 조금도 흔들리거나 뒤뚱거림도 없이 그대로 그 다음 왼쪽발로 다음 발걸음을 딛고 그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른발이 떨어지는 “쿵”하는 소리만 있었을 뿐, 다른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몇 걸음을 무심코 걸어오다가 내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떨어진 곳을 다시 가서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냥 무사히 내려올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잠시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수련장으로 향했다.

어찌된 일일까? 왜 넘어지지 안 했을까? 하늘이 날 도운 것일까?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 보니 해답은 극히 간단한 곳에 있었다. 내가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고 걷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랬기 때문에 떨어지면서도 몸의 중심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몸의 중심이 잡혀져 있지 않았다면,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었더라면, 나는 분명 넘어져서 발목을 삐거나 옆으로 넘어져 벽에 부딪혀 크게 다쳤을 일이었다.

수련장에 들어와 젖은 양말을 벗고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낮에 앉아서 수련을 하는 기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가 와서 그런지 첫 시간 수련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구석으로 가서 잠시 몸을 풀고 조용히 서서 한 호흡 한 호흡 천천히 숨을 들여 마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내가 들이 마시는 숨은 그냥 들이마시는 숨이 아니었다. 마치 한여름 조용한 산사에 올라와 맑은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그 숨 속에는 맛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 처음 맛보는 맑고 상큼한 맛, 숨 맛이었다.

2005/10/07

새벽에 아래로 떨어진 6시 20분에는 주차된 차량이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