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사범단/감수·법사단

  국선도와 다른 심신 수련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수요는 고금을 낳는다.’ 는 말이 있듯이 현대생활의 재반 요인들은 심각하게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기존의 위생및 건강법으로는 현대인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건강법으로 기(氣)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기와 명상과 동양적 수련법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국내에서 막연히 집작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고 강렬합니다. 교통과 통신, 정보, 인지(人智)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욱 더 인간존재의 본질 즉 기의 세계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어떠한 사상이나 직업, 언어,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나 자기존재의 본질의 강화라는 작업은 다른 모든 일에 우선하는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으므로 기를 기르는 수련법에 대한 세계의 현재적인 더 나아가 잠재적인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폭발적 수요는 자연히 그에 부응하는 공급을 창조하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모조품, 급제품, 불량품들이 속속히 등장하게 되는 현상은 누구나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이해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나 외국에서도 기와 명상 그리고 정신세계에 대한 순수한 동경과 열정으로 혹은 인도의 요기에서 혹은 티베트의 라마에게 혹은 중국의 마스터에게 접근하였다가 실망과 환명을 느낀 나머지 charlatan(돌팔이지도자)에 대한 경계심이 점증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하여 charlatan을 식별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돈을 많이 요구하는 가’와 ‘사생활이 깨끗한가?’를 들고 있다는 여담이 있습니다.

아무튼 동양의 각국에는 각종의 호흡법과 심신 수련법이 생각이상으로 다양하게 산재되어 있으며 저마다의 이론적 근거를 구비하여 놓고 있습니다. 특히 기본적 단전호흡은 동양에서는 상식화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서양에서조차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호흡법이 되었습니다. 물론 아랫배로 들숨 날숨 하는 상식적 단전호흡만으로도 건강을 증진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선도를 굳이 우리민족 ‘고유15의 수련법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쉽게 들 수 있는 것은 국선도의 기혈유통법(준비운동)의 430여 가지의 행공동작의 체계와 정리운동과 기신법 등의 독특함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어떤 수련법에서도 우주 생성의 원리와 절모하게 부합하는 실제적 수련체계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상식적인 단전호흡이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민족고유‘의 단법이라고도 하고 국선도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혈유통법 하나만 보더라도 누가 그 순서를 바꾸거나 동작을 바꿔 놓으면 마치 아름다운 음악의 멜로디를 몇 개만 바꾸어 놓아도 본래의 아름다움이 상실되고 불협화음이 일어나듯이 기혈유통법의 목적으로 하는 본래의 효과를 현저하게 떨어지게 하는 절묘한 순서와 체계가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행공의 자세 속에는 천도운행(天道運行)의 상(象)이 서려있는 자세이기 때문에 단순히 동물의 모습을 본뜨거나 임의로 편의대로 조작된 자세들과는 그 동작의 창안자들의 입장이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식적 단전호흡의 효과로 인하여 모든 기와 단의 수련자들이 나름대로 건강상의 이익과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자족할 수 있겠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구선도의 행공동작들은 수련자들의 몸과 마음을 천리에 부합되게 변화시켜 하늘의 밝을 받을 수 있는 큰 그릇으로 만들어 가나 이러한 천리(天理)에 맞는 행공의 수련이 없이는 상식적 단전호흡법에 의한 자족적(자족적)효과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선도 수도의 목표가 본래는 극치적인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도덕을 갖춘 덕이 있는 사람 즉 전인적이고 이상적인 사람을 만드는 도(道)와 법(法)이므로 그 수련법이 평범하고 상식적이거나 평 이한 연습으로는 즉 상식화되고 차용된 심호흡적 단전호흡만 가지고는 도달 할 수 없는 고귀한 차원의 도(道)임을 아는 데는 약간의 체험과 관심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 특이할 것은 국선도에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민족혼과 정기가 배어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만사가 다 보이는 현상보다는 보이지 않는 그이면의 실체가 중요하듯이 국선의 행공동작 하나하나는 상고 성진선영(腥塵先靈)님들이 수도하시던 바로 그 자태들이며 우리에게 남겨진 그 동작들 속에는 거룩한 민족혼의 향기와 염원이 동시에 담겨져 있다는 점이 국내의 또는 세계 각국의 여타 수련법과는 구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선도는 우주와 하나 되는 누리의 道이며 하늘의 道입니다. 이제 시운이 닿아 하늘의 道가 땅에 내려 왔습니다. 땅의 사람들이 난생 처음 보는 하늘의 道를 보고 땅의 상식과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고 심지어는 땅의 방식에 맞게 하늘의 道를 고치려고도 합니다. 그래서 하늘의 도를 완고한 땅의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펴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땅의 때를 벗고 하늘의 밝음과 맑음을 향해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그리고 어느 정도 나아갔을 때 그때에서야 오래전부터 빛나오던 국선도의 광휘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향기를 주는 사람들, 1997년 5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