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연합회원입니다. 수련이 진전됨에 따라 흥미를 느끼게 되고 좀 더 수련에 전념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나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생각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납니다.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슨 기술의 습득이나 수련이 나간에 처음에는 인내와 노력(effort)이 요구되다가 어느 저도가 지나면 습관(habit)이 되고 이보다 더 발전되면 꼭 해야 할 즐거운 일상사(joyous necessity)가 되는 것은 공통적인 과정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입도 자들이 이 습관이 되는 경지에 들기 전에 여러 가지 장애와 유혹으로 모처럼의 호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중단하는 시기가 바로 인내와 노력이 요구되는 첫 단계이며 개략적으로 1년 이내의 과정에서 높은 탈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단한 수련으로 신체가 기혈 유통법과 호흡 수련에 익숙해져서 선도체질화가 되고 수련생활이 습관이 되면 점점 더 수련에서 오는 희열과 감사하는 마음은 깊어져 갑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라고 학문하는 기쁨을 읊었던 선비와 같이 국선도 수도도 그야말로 때때로 수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 중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니 가히 修道大樂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련 중에 이런 희열과 환희 심을 느끼게 되면 동시에 너무도 아름답고 편안한 세계에 머물러 있는 반작용으로 각처에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우리 사회의 동료 구성원들에 대한 미안한 느낌과 죄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도 있으며 자신의 장시간 수련행위가 혹시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폐단은 너무 정신적이라기보다는 너무 물질적이라는 사실에 비록 되고 있습니다. 1976년에 출간된 에리히르롬의 소설 ‘소유냐 존재냐’ 라는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적 이상향은 자연과학에 의해 성취되었다. 우리가 과학기술적인 이상향 실현에 바쳤던 그 만큼의 노력과 지성 열정 등을 인간적 이상향의 실현에 바친다면 구세적인 인간적 이상향은 성취 될 수 있다. 만약에 과학시루에 놓여있는 우위가 새로운 인간중심적 인간학으로 옮겨진다면 우리 인류는 자멸의 위기에서 벗어나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한 가지 요인에 달려있다. 즉 그것이 시대의 명석하고 학식 있고 교양 있으며 사려 깊은 사람들이 인간정신에 대한 새로운 기회에 얼마나 많이 끌려오느냐에 달려 있으며 물질과 과학기술 만능주의에서 야기된 현재의 위기를 인식한 최고의 지성들이 새로운 인간중심적 인간학에 전념도록 동원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위과같은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인간중심적 인간학이라고 할 수 있는 국선도 수도에 얼마나 많은 깨어 있는 젊은이들이 전념하여 정해 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민족의 장래와 지구촌의 인간중심적인 이상향의 달성여부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더불어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의 개체적 정신은 전체와 완연하게 단절된 독립된 개체라기보다는 전체와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가지 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나 자신의 수도 행위는 그 여파가 수도자 일신의 법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전체로 파급되어 나갑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서양의 한 이론에 의하면 인간정신의 정화와 진화를 이룬 사람의 수가 일정한 수에 이르면 그 여파가 전체 인류정신에 급속도로 퍼져나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쇠막대의 입자를 10%만 자화시키면 전체 쇠막대가 자석이 되는 원리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신을 정화시켜 나가는 집단을 critical mass(중요한 집단)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 개인의 집중적인 수련행위 그 자체가 사회에 대한 최고의 봉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수련장에 모여 자아를 잊어버리고 깊은 정신의 세계에 들어갈 때 그곳이 심리학자 융이 말하고 있는 인간 공유의 집합의식의 세계일 수 있으며 수도 행위는 자기정화의 행위인 동시에 직접적인 사회정화의 행위이면 공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망설이고 계산하고 머뭇거리는 젊은이 보다는 각성하고 과감하게 수도의 세계에 돌진하는 이타적인 젊은이들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세상의 향기를 주는 사람들, 1997년 5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