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와 무소유 -무소유와 대욕지심-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가셨다.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아직도 무소유의 참 맛을 모른다. 더 가지고 싶은 것들이 내게는 많기 때문이다. 집도 한 채 가지고 싶고 조금 큰 차도 타고 싶다. 가진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소유한다는 일”은 나에게 분명 즐거운 일이다. ‘소유’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산이 있으면 육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을 상당 수준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가 있다. 소유는 자칫 우리 정신을 구속하고 육신을 병들게 할 수 있다. 부자는 나처럼 없는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겠으나 부자들이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또한 잘 알고 있다.  없어도 괴롭지만 많아도 짐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짐을 위해 젊음을 걸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무소유를 말함으로서 욕심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의 청복을 누릴 것을 말하고 있다. 가진 자는 강한 아집과 욕망으로 인하여 자성(自性)을 보는 일이 모래로 밥을 짓는 일과도 같다. 그래서 참 나를 찾아서 진정한 본성, 불성(佛性)을 깨닫기 위해서는 허망한 욕구를 추구하는 나를 버리고 나를 무겁게 만드는 아상(我相)으로부터 벗어나야 함을 불경은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보면 무소유는 이러한 깨우침을 얻기 위한 첫 걸음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국선도에서는 불교와 달리 무소유를 말하지 않는다. 무소유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소유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청빈의 덕을 내세우지 않으며 단식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지나친 욕심의 폐해를 지적하지만 욕심을 부정하지 않는다. 넘치는 것을 경계하여 중(中)의 집수를 역설할 뿐이다.  인간은 육신을 가진 생물학적인 존재이다. 욕심 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삶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에 있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 생존경쟁을 해야만 한다. 그 생존경쟁은 욕심을 필요로 한다. 욕심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무소유를 말할 것이 아니라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일상의 욕심은 자신을 소외시키고 끊임없는 갈등과 경쟁의 수레바퀴에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욕심을 가지려면 넘치지 않는 욕심, 中을 벗어나지 않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中을 벗어나지 않는 욕심을 국선도에서는 큰 욕심, 대욕지심이라고 말한다. 대욕지심을 가질 때만이 비로소 번뇌의 소용돌이와 함께 살아가는 소아(小我)는 더 이상 소아가 아닌 큰 욕심을 지닌 대아, 너와 내가 하나 되고(自他一如), 물과 내가 하나 되며(物我一如), 우주와 내가 하나 되고(梵我一如), 부분과 전체가 하나 되는(個全一如) 소유가 무소유 될 수 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소유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서 모든 것을 소유하게 하는, 다름 아닌 대욕지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