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빛)과 “로고스” 21세기 우리 시대를 이끌고 가는 힘은 로고스이다. 로고스는 서양문화에 있어서는 “합리성”, 즉 “이성”이며, 기독교의 “하느님”을 지칭하는 말이다. 로고스는 논리(logic)를 의미하는 언어(logos)로서 과학(logiki)이며, 그것은 또한 보편성을 담보로 하는 학문(epistemy)을 지칭한다. 사도 요한은 이 개념을 말씀(logos)이라 했으며, 동시에 “빛이요 생명이고, 진리이며, 길”인 하느님과 동일하게 인격적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서구 문화에서 과학과 기독교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모르긴 해도 야만성 밖에 없을 듯싶다. 로고스는 그 의미가 밝돌법 문화의 “밝”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먼저 이 두 개념의 존재론적인 유사성을 살펴본다면(비물질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 이전), “밝과 로고스”는 모두 “불”이라는 물질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로고스라는 말을 처음으로 철학적 의미로 사용한 사람은 사도 요한과 같은 고향인 에페소스에서 500여년 앞서 살았던 헤라클레이토스이다. 그는 로고스를 불이라 생각을 하였다. 이 불은 우주를 둘러쌓고 있는 순수한 물질인 열기를 머금은 에테르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세상을 불이 지배한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유사점은 이 두 개념 모두 우주 자연의 법칙, 질서, 이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밝”은 광명, 진리, “바름”으로서 자연을 지배하는 질서며 치우침을 징벌하여 이 세계를 유지하는 순리(順理), 이치(理致)이고 정의(正義)이다. 이러한 질서와 법칙에서 한 걸음 나아가면 그것은 이성(理性) 개념으로 발전한다. 이성이란 한 치의 오차 없이 우주 자연을 운행하는 법칙(우주이성 : LOGOS)이며,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인간에 내재된 힘(logos)을 말한다. 이 이성, 인식론적인 추상적(抽象的) 사유 능력을 서구인들은 잘 발전시켜 왔으나, 동양인들은 직관적 인식 능력을 더 중시하였다. 이성적 능력, 즉 로고스적인 것은 “파토스적인 것”(감성적인 것)에 대립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 구분을 때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하게 되는 데, 아폴론적인 것, 즉 태양신은 이성으로, 디오니소스 즉 주신(酒神)은 비이성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볼 때 “밝”을 이치와 질서, 나아가 이성 능력으로 대비시켜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세 번째는 “밝”과 “로고스”는 모두 하늘님, 즉 인격적 존재이다. “밝”은 우주와 인간 세계의 주재자이시다. “밝”을 인격화 시키면 하느님이 된다는 뜻이다. 사도 요한은 우주 질서요, 이성인 로고스를 최초로 하느님으로 인격화 하여 사용한 장본인이다. 요한복음에서는 그는 그리스도를 빛이라고 하였고 세례요한을 빛에 대하여 증거 하러 온 자라고 했다.(요1:4-9) 우리 조상들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하늘을 공경(敬天)하고 두려워하였는데(畏敬), 여기서의 하늘이 곧 하늘님인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소통 수단(언어적 교류)으로서의 “밝”과 “로고스”이다. 로고스 개념은 실로 폭넓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그 중 중요한 속성 하나가 언어적 기능이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시인과 사상가 그리고 철학자들에 의해 사용된 로고스는 호머가 사용했던 “수집”의 뜻에서부터, 결합, 열거, 묘사, 계산, 더 나아가 언급, 교류, 언어, 말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로고스의 초기 개념이다.  반면에 “밝”의 개념은 온 누리에 퍼져 있는 “빛”으로 “氣”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어 왔다. 일체 존재는 氣로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이므로, 만물의 변화란 “밝”, 즉 기의 이합집산 과정을 뜻한다. 우주의 기운인 진기가 내 몸 안에 선천기로 들어오게 되면 그 때부터 원기가 발생하게 된다. 천지(天地)와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기는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성품이다. 이 성품이 있음으로 인간은 氣의 교류를 하는 것이며 이 교류가 다름 아닌 언어 기능이다. 언어의 본질이 自와 他의 교류라면 “기(‘밝’, ‘빛’)의 교류” 또한 고도의 언어적 소통아리 할 수 있지 않을까? . 다섯 번째는 사랑이다. ”밝“은 따듯함이며, 생명을 유지시키는 필수 요소이다. 밝과 로고스는 모두 불을 의미한다. 불이란 태워 없애는 파괴적 의미도 있지만, 불이 없는 생명 유지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물질적인 의미 외에 원래 가장 오래된 로고스의 의미는 곡식의 낱알 같은 것을 “모으다”, 사람들이 “모이다”, 무언가를 하나로 “결합하다.” 등의 뜻이었다. 그 뒤에 에테르와 같은 “불”의 의미와 계산하다, 말하다와 같이 언어, 이성, 법칙, 등의 의미로 발전되었다. 여기서 언어란 개념 속에는 보편을 지향하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즉 언어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하나인 진리 이해로 결합시킬 수 있으며, 이성 또한 분석을 통한 진리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진리 인식 과정을 통하여 만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이러한 과정을 사랑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밝”의 개념 또한 사고도 없고, 감정도 없는 무심한 “이치”로서 그것이 있으므로 우주 자연이 운행을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영구히 존속되게 하는 힘, 즉 사랑이다. 이런 맥락에서 하늘님인 “밝”(빛)과 로고스는 만물을 화육시키며 생명을 보존, 유지시켜 주는 빛과 사랑의 화신임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