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수축에 관하여

세상이 평화롭게 보일 때에는 잘 먹고 잘 싸는 때이다.
먹은 음식만 잘 배출시킬 수 있어도 큰 근심 걱정이 없다. 항문에 문제가 있으면 변비와 치질, 치루 탈항, 항문 소양증 등,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다. 항문의 문제는 항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 장기들 또한 편치 않게 된다. 항문에 문제 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누적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풀지 못하는 데 있다. 균형 잡힌 몸, 즉 상허하실(上虛下實)의 몸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문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항문의 수축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항문이 느슨하게 풀어져 있거나 벌어져 있게 되면 복압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타이어 공기 주입구에 문제가 있어 바람이 세어 나가는 것과 같다. 공기압이 떨어지면 차가 정상적인 속도를 낼 수 없다. 사람도 배에 힘이 빠지면 거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운이 생기려면 우선 항문단속만 잘해도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의 전반적인 균형이 깨지면서 항문 수축력에 문제가 생긴다. 항문 수축력은 소화, 비뇨기 계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정력과 직결되어 있다.

항문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다음 같은 몸의 상태에 있을 때에 그렇다.

1. 하복부에 탄력이 없다.
2. 엉덩이가 부실하다.
3.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하다.(팔자걸음을 한다.)
4. 턱을 쳐들고 다니며, 입을 벌리고 있다.

위 네 가지 현상들은 모두 하체의 부실, 뒤틀린 골반에서부터 비롯된다. 먼저 1의 경우, 하복부가 꺼져 있거나 꺾여 있는 사람은 복압에 문제가 있다. 골반저근이 이완되어 항문의 수축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이다.
 
두 번째로 엉덩이가 부실한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가) 골반이 뒤쪽으로 내려 앉아 엉덩이가 아래로 처져 있는 경우, 나) 엉덩이 살이 빈약하거나 있어도 탄력이 떨어지는 엉덩이. 건강한 엉덩이는 크고 항문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세 번째, 팔자걸음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고관절이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앞쪽 골반이 벌어져 있다. 골반저근이 처지게 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항문 수축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자세이다.

  네 번째, 항문은 제 2의 입이다. 입은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닫고 있어야 한다. 대장 내시경을 할 때에 의사 선생님의 첫 번째 주문이 “입을 벌리세요.”인 것을 보아도 항문과 입이 밀접한 상호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양반들은 몸가짐에서 입모양은 언제나 굳게 닫혀 있어야 할 것이며 말을 할 때에는 잇몸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바보들은 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가 버렸기 때문에 입을 벌리고 턱을 들고 다닌다.

그러므로 항문은 호흡 수련을 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신경을 써야 하는 단속대상 1호이다. 항문 관리는 수련의 성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전호흡에 있어서 항문 관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단속차원이며 두 번째는 항문강화 차원이다. 문단속을 잘 해야 기운이 빠져 나가지 않고 단전에 기운이 모이는 것이기에 항문단속은 어디까지나 단속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입장은 항문 관리를 단속 차원을 넘어서 가진 보물을 안 뺏기려고 자물쇠로 굳게 잠그고 지키려고 하듯이 한다면, 하복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결국 항문에 경직을 초래하게 한다는 이유에서 그렇다. 하지만 단속만 하는 일에는 소극적 방어 수준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때로는 적극적으로 항문을 강화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항문을 강화시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 하체를 단련시키고 골반을 바로잡음으로서 항문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가장 바람직한 방법)
나) 항문 수축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강한 항문수축은 누구에게나 권하기 어렵다. 연세가 들어 현저하게 골반저근이 이완되어 있는 경우에만 예외가 될 수 있다.

항문수축(收縮)은 글자 그대로 항문을 “오그리는”, 또는 ”움츠리게” 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항문수축을 말한다면, 힘을 주면서 항문을 조이는 일은 피해야 한다. 노약자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항문을 “바짝 오그리면 되는 것”이지 힘을 가해 조이는 일은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항문을 오그린다.” 또는 “수축한다.”의 의미는 다음의 두 경우를 염두에 두면 된다.

가) 오줌을 누다가 갑자기 중지 시켜야 할 때 하복부 저근을 오무리는 정도,
나) 방귀가 막 나오려 하는데 나오지 못하도록 항문을 오무리며 단속하는 정도로 하면 된다. 

그러나 무리하게 정력증강에 좋다고 하여 힘을 주며 수축운동을 하는 일은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역효과가 나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근육이란 빈번한 수축을 하게 되면 경직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수축작용이 계속되면 수축의 폭과 범위가 점점 넓어지게 된다.
  세째, 그렇게 되었을 때에는 그 경직된 근육 운동이 명치 위쪽으로까지 차올라 가게 되어 마음을 뜨게 만들고, 가슴 답답증을 유발하게 한다.
  넷째, 강한 근육운동이 행해지는 곳에는 기운이 모이지 않는다.
  다섯째, 기운이 생긴다고 하여도 그 흐르는 방향을 왜곡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