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경지를 막연하게 추구할 때는 국선도라는 게 다소 시시하게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제 삶의 철학이 현실적으로 바뀐 탓도 있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수련 동안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꾸준히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방배동 수련장(현재 없음)에서 기초 호흡이나 중기단법 전편을 할 때는 단전에 열감이나 차가운 느낌을 종종 느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신기한 느낌이라 수련이 잘 되지 않는 날도 억지로 그 느낌을 추구하려고 했었던 듯합니다. 그런 날에는 가벼운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괘념치 않았습니다. 수련을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후편을 할 때였습니다.
부족한 내공으로 소주천이나 대주천 등 책에서 본 개념을 적용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록 감정이 동요되고 수행에 집중을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수련을 하던 어떤 분은 몸에 진동을 강하게 느끼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 왜 그런 강한 경험을 동반하는 수행의 경지를 느끼지 못하는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련장을 찾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련장 이사를 가면서 꽤 오랫동안 국선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선도 수련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지만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시기라 시간을 내기는 힘들었습니다. 마감 스트레스가 적지 않는데다가 밤낮이 없이 대기를 해야 하는 언론 직종이라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하기가 어려웠지요.
5~6년 전 직종을 바꾸고 나서야 지난해에 직장 근처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장을 다녔습니다. 얼마전 그 도장이 통폐합되면서 다시 옮긴 곳이 지금의 여의도 수련장입니다.
건곤단법에서의 경험은 이런 이유로 꾸준한 변화를 서술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기단법에서보다 호흡이 좀 더 깊어지기는 했지만, 예전의 수준에서 더 진일보했거나 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음만 앞서서 상기가 되는 현상이 종종 있었습니다. 조바심이 올라올 때는 ‘국선도 수련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마음마저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현실을 충실히 살면서 수련도 함께 할 수 있는 건 국선도뿐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수련장에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초 호흡부터 배웠던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기존에 알았던 자세와 달라서 혼란이 있었지만, 호흡에 집중력이 높아지며 새로운 방법에 신뢰가 생겼습니다. 특히 사범님이 말씀하시는 방법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경험도 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어떤 경지를 추구하는 마음이 어느새 높아진 호흡에의 집중력만큼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요즘 깨달은 건 ‘집중’이야말로 모든 수행의 처음과 끝이란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집중의 힘으로 꾸준히 수련을 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