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의 방전

큰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까닭 없이 기운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 편인 데도 병아리처럼 졸리고 피곤하다. 운동 부족인가 싶어서 운동도 하고, 기력 부족인가 싶어 보약도 들어 보지만, 조금만 지나면 예전과 다름이 없다. 정밀 검사를 받아 보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에, 대부분 병원의 진단은 심리적인 데에 원인을 돌린다.

“가급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처방은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즐겨 쓰는 가장 무난한 처방책이다. 그래서 다시 마음 가다듬고 운동을 하고 심리적 안정도 취하다 보면 실제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안정과 운동은 건강 유지와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핵심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기운을 양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무리 기운이 천하장사처럼 양생이 된다 하더라도 그 기운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어느 날 복권 당첨으로 돈벼락을 맞은 미국의 한 남자가 1조원을 손에 넣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가진 돈 다 잃고 몇 년 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기운도 그와 같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잘 간직하고 활용하지 못 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삶을 활기차게 살기 위해 운동을 하고 보약을 먹고 휴식을 취해 기운을 양생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기운이 세 나가지 않게 잘 간수하는 일은 더욱 더 중요하다. 건전지나 휴대폰의 배터리는 이물질이 끼어 있을 때에는 물론이고 그냥 놓아두어도 자연 방전이 된다. 따라서 배터리의 수명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생명 또한 한정된 배터리 수명과 같다.

최대가 120년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배터리] 수명은 남자 75년, 여자 82년으로 평균 78.5년이다. 방전이 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고 산다면 최소 10년은 더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인간의 기운은 대부분 입과 항문을 통해서 새나간다. 특히 항문을 통해 기운이 쉽게 빠져 나간다. 입은 쉽게 닫을 수 있으나 항문은 생각처럼 잘 닫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문이 잘 닫혀져 있는 것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항문은 조금만 느슨해져도 기운은 솔솔 잘 빠져 나가게 되어 있다. 갑자기 빠져나가지 않을 뿐이지 시차를 두고 조금씩 소리 없이 방전되어 나간다. 기운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픈 데도 없이 기운이 없는 것이다. 풍선에 바람을 처음 불어 넣었을 때에는 터질 듯이 탱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가 빠져나가게 되면 탄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기운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항문단속을 잘 해야 가지고 있는 기운을 빼앗기지 않는다.

항문이 느슨해져 있는 경우에는 갖가지 병마가 찾아온다.

항문과 관계되는 질병은 물론이며, 요실금과 신장과 방광, 전립선, 비장, 위, 그리고 더 나아가 폐와 심장의 기능까지 문제가 생긴다. 그러므로 보약과 운동도 좋지만 기운이 세지 않도록 항문단속을 잘 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항문단속을 하기 위한 방법은 많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항문 수축운동을 하는 이른바 케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요실금이나 전립샘의 이상, 치질, 성기능 약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케겔 운동은 기본적으로 항문 괄약근이 많이 이완되어 있는 노장년층에는 도움을 주는 운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전호흡을 오래한 국선도 수련인에게나 젊은이들에게는 자칫 항문과 하복부 경직을 유발시킬 우려가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두 번 째 항문단속을 위한 방법은 항상 의식적으로 항문을 움츠리고 닫는 일인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발에 기운이 차들어 가면 항문은 자연적으로 닫아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발을 살리는 것이 두 번 째 방법이다. 발은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발에 힘이 없으면 뿌리가 실하지 못한 나무과 같고 나무는 말라갈 수밖에 없다. 사람도 그렇다. 발에 힘이 없으면 공기 빠진 풍선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발에 힘이 생기게 하기 위해서는 단전에 의식을 둔 다음에 그 기운이 발에 가도록 한다. 일단  발에 힘이 실리면 그 힘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발에 힘이 빠지면 항문은 저절로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식을 집중하여 걸을 때에도 11자로 걷되 용천을 중심으로 한 발 안쪽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걸으면 항문이 잘 닫힌다. 그리고 모든 운동이나 행공동작을 할 때에도 발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하면 제대로 된 행공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는 항문이 풀어져 있기 때문에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발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발에 힘이 없 으면 상체는 더 버틸 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항문단속을 잘 한다고 하여도 기본적으로 골반이나 치골이 뒤틀려 있는 경우라면 별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일시적인 물막이 공사에 지나지 않는다. 항문이 풀려 기운이 세는 것을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틀어진 추춧돌을 바로잡는 일, 골반과 치골을 스트레칭으로 교정하는 길이 우선이다. 그리고 스트레칭의 한계를 매꾸어주는 단전호흡이 여기에 첨가 된다면 최상의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