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빅 브라더

  따듯한 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그것이 뜨거운 햅쌀밥이라면 맛은 더욱 좋다. 윤기가 있고 찰지며 신선한 맛을 혀끝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땀 흘려 수련을 끝내고 지어 먹는 밥맛이 그 중 으뜸이다. 무언가 모를 그리움과 고마움까지 그 맛에는 배어 있다. 주름진 농부들의 정성이 스며져 있는 쌀 한알 한알이 우리 몸에 피와 살이 되어 생명력의 원천, 정(精)이 만들어 지는 것을 느낀다.

  해년마다 갖는 국선도 창립 기념식은 선사께서 전해 주신 열조의 수련법을 가지고 지은 햅쌀밥을 정성들여 바치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그 은혜를 기리는 날이다. 따라서 이 날은 모든 수련인이 도법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저마다 정성껏 농사지은 곡식을 가지고 나와서 선사와 열조에 보여 드리고 참여한 모든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경건한 축제의 한마당이 된다. 입이 아닌 몸으로 농사짓고 몸으로 터득한 지혜를 보이고 전하면서 보은하는 그런 날이 되는 셈이다.

  이번 44주년 창립 기념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자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 뜸이 들지 않은 밥을 지어 올린 기념식!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내 자신부터 반성을 해야 할 일임을 알고 있다. 국선도를 이끌어 가는 유능한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나 어찌 된 일인지 지도자 개인들만 있었고 국선도 연맹은 없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구나 실수는 한다. 실수는 성장과 도약을 위한 과정이기에 그 자체를 허물로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성의와 열의가 없었다면 문제는 다르다. 총체적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종종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실재와 다르게 나타날 수가 있다. 하지만 나타난 현상들은 실재의 상태를 어떤 형식으로든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념식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우리 각자 자신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선도 연맹』은 국선도의 빅 브라더(맏형)이다.
빅 브라더는 대를 잇는 맏형으로서 조상과 부모의 위대한 유산과 과업을 이어 받아 흔들림 없는 자태를 지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국선도 연맹』은 과연 빅 브라더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묻고 싶다. 44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국선도 연맹』은 국선도법의 원형을 지켜왔다. 다른 단체들처럼 도법의 근간을 흔드는 무분별한 처신이 없이 명실 공히 전통 국선도법을 전수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긍지를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이다. 이러한 정법수호의 결연한 의지로 말미암아 언젠가는 결국 국선도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차츰 정도의 길로 돌아올 것을 믿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도법의 원형을 지킨다고 해서 빅 브라더가 될 수는 없음을 일러주고 있다.

  장남은 죽을 때까지 장남이며 장남과 차남이 뒤바뀌는 법은 없다.
하지만 장남이라 해서 모든 권한을 언제나 다 물려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능력을 지니고 있는 장남이라는 전제 아래에서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다. 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차남, 삼남이 장남 노릇을 할 수가 있다. 설사 법적인 권한을 다 물려받았다 해도 지금처럼 흐트러진 모습으로는 장남의 권리와 지위를 끝까지 지킬 수 없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장남의 지위 상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도법수호를 더 이상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정법(正法)도 지키지 못하고 무슨 낯으로 선사와 열조 앞에 서겠는가! 지금부터라도 하나 둘 마음과 자세 가다듬고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밑거름이 되는 심정으로『국선도 연맹』이 빅 브라더로 손색이 없게끔 힘을 합해야 할 때가 온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는 기회가 아닌가!

  빅 브라더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이 일은『국선도 연맹』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지도자들이 일차적으로 고민해야 할 몫이다. 여기서는 단지 매번 빅 브라더로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창립 기념행사에 대한 개선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먼저 하고자 한다.

  1. 국선도 창립 기념행사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가장 큰 행사이다. 이 행사를 위해서는 총재 직속의 “창립 기념행사 준비 위원회”를 발족시킨다.

   1-가) 준비 위원장은 기념식 준비에서 예산 확보에 이르기까지 1년 동안 철저한 준비를 한다.
   1-나) 준비 위원회는 기념식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행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 다음 기념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1-다) 준비 위원회는 최소 6개월 전에 행사 장소 및 행사 세부 계획을 확정하고 행사 참여자와 팀을 준비시킨다.
   1-라) 준비 위원장에게는 최소 경비를 연맹이 지불한다.

  2. 창립 기념식 행사에는 시범 또는 수련관련 내용에 더 큰 비중을 둔다.

   2-가) 진기 승단자 중 일부 또는 전체가 수련 시범을 보이고 진기 승단증을 받는 것으로 한다.
   2-나)  다양한 연령층별로 시범 공연을 세운다.(10대~70대까지 수련생과 사범들의 시범,)
   2-다) 축하 시범을 잘 한 팀과 개인에게는 가산점수를 연맹에서 준다.
   2-라)  국기회 시범은 2년에 한번 하는 것으로 한다.
       
  3. 창립 기념식  예비 준비를 위한 “국선도 전국 수련대회”를 갖는다.

   3-가) 이 대회는 연맹 총재 주관으로 열리며 창립 기념행사 준비 위원장이 모든 실무를 책임을 맡는다.   
   3-나) 창립 기념식 한 달 전에 밝돌선원에서 개최한다.
   3-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팀이나 개인에게는 상장과 상금을 받는다.
    
  4. 최종 리허설을 기념식이 있게 될 행사장에서 반드시 갖는다. 

   행사장과 교섭하여 행사 리허설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준비에 허술함이 없도록 한다.

  5. 지도자들의 시범을 활성화 한다.     국선도 수련(修煉)은 수구연성(修口煉性)이 아닌 수신연성(修身煉性)의 심신 수련단체이다. 선사께서는 국선도를 보급함에 있어 공허한 말로서 사람들을 감화 감동시킨 것이 아니다. 몸으로 보임을 실천함으로써 국선도를 알리고 가르치셨다. 그러므로 국선도 리더 그룹 또한 마땅히 수련복을 입고 나와 몸으로 보여주는 시범에 수련생들과 함께 동참함으로써 선사의 가르침을 이어 받고 후학에 귀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국선도 지도자는 넥타이 정장 차림의 야구, 농구, 축구 코치와 같아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리더들은, 집단을 대표하는 수장부터 시범을 보이는 단체가 압도적으로 많은 국선도 회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가) 체지체능의 지도를 솔선수범하기 위해서 기념식에 사범들은 물론 법사, 법사보 등의 상위 리더들의 시범을 단계적으로 활성화 시킨다.
   5-나) 사범들의 시범은 사범단이 중심이 되어 준비한다.
   5-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지도자들을 시범에 참여 하도록 한다. 
   5-라) 시범은 행공 동작을 위주로 한다. (예외도 가능)

  6. 자원 봉사자를 사전에 모집하여 도움을 받는다.
 
   6-가) 행사 3개월 전부터 “창립 기념행사 준비 위원회”는 각 수련장으로부터 30명 정도의 자원 봉사자 신청을 미리 받는다.
   6-나) 자원 봉사자는 가급적 시범에 참여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선발한다. 자원 봉사자에게는 연맹에서 봉사 가산점수를 주어 승단에 반영하게 한다.
  
  우리들『국선도 연맹』은 국선도 빅 브라더로서 지니고 있는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사단법인 『국선도법연구회』는 국선도 정통성 유지와 보급을 위해 청산선사의 뜻을 받드는 합법적인 정통 국선도법 수호기구이다. 이 기구는 연맹의 도법원과 함께 선사의 사모님 되시는 원주대행과 안응모 전총재를 중심으로 흔들림이 없는 도법수호의 의지를 가지고 중심을 잡아주는 국선도맥의 가장 강력한 연맹의 버팀목이다. 2010년 G20 정상회의 준비 위원장이었던 사공일 이사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여기에 포진되어 있다.

  둘째, 연맹에는 청산선사님의 체계적인 국선도법을 전수 받은 법사님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동분서주 헌신적으로 도단을 이끌기 위해 애를 쓰시는 최동춘 법사, 7순이 넘은 연세에도 한평생 국선도 수련으로만 전념하면서 지금도 수련복 입고 수련지도를 하시는 김광현 법사,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선도 지도자 과정을 만들어 지도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임경택 도법원장, 한서대에서 선도학과를 개설하여 대학원 교육을 담당하면서 전 세계에 국선도 홍보, 보급을 위해 고군분투 - 중책을 맡은 김현문 법사, 그리고 소리선을 전수 받고 국선도 수련을 전파하고 계시는 김호언 교육원장, 원주대행을 보필하며 본원을 굳건히 지키고 영동대 국선도 학과에서 많은 국선도 지도자를 양성하신 김기영 법사보 등, 세 분의 교수 법사를 비롯해서 그 외에도 수련에만 전념하고 있는 많은 법사, 법사보님들이 있다. 국선도 연맹의 귀한 보배이다.    

  셋째, 선사의 큰 아드님인 진목법사는 평소 선사께서 염두에 두셨던 충북 옥천 땅에 밝돌선원을 건립하여 주말 집중수련을 비롯한, 겨울과 여름의 장기 집중수련 등 후진 양성에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 해년마다 해외에서도 많은 수련생들이 이곳을 찾아와 수련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0명에 가까운 사범, 수련원장님들이 수시로 지역 모임을 갖고 또한 매달 이곳에 모여 정통 국선도 외공 전수에 땀을 흘리며 지도 받고 있다.

  넷째, 출중한 능력을 지닌 사범님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포진되어 수련원, 연수원 등지에서 국선도 보급에 열정을 태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구라파 등지에도 10여 군데 이상 국선도 수련장이 있으며 김현문, 고남준 두 분 법사로부터 배운 외국인 제자들이 수련을 지도하고 있다.

  『국선도 연맹』은 이처럼 민족의 정통 수련법을 이어받은 명실 공히 국선도 빅 브라더(맏형)로 그 의무를 다 할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거추장스러운 권위의 허물을 벗고 수련 초심으로 돌아가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수련을 통해 구활창생의 길로 나서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인류의 생존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을 받는 불안정안 이 시대에 국선도인들이 짊어져야 할 사명은 실로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