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중순경에 시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폐암 말기로 여생이 6개월 남았다는 판정은 이미 봄에 받은 상태에서 3째 아들 집에 늘 하신 던 것처럼 며칠만 지내러 오신 것이다.

어머니는 부지런 하시고 음식 솜씨며 살림 솜씨가 좋으셔서 어디에서도 인기가 좋다. 이번에는 아프신 몸으로 오셔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야 갰다는 생각을 하였다.

작년에 우리가 살던 집은 능인선원 아래 동네인 포이동에 살고 있었다. 넓은 대지의 단독주택 2층 이여서 베란다 폭이 3미터가 넘는 마당 같은 곳이었다. 베란다가 크고 넓다 보니 새시가 안 되어 있지만, 산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 집 베란다를 통해 거실까지 아주 시원하고 맑게 들어왔어 왔고, 햇볕이 방향을 바꿔가며 하루 종일 비추었다.

며칠을 지내시더니 우리 집에 계시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어머니는 미안한 미소를 띠시며 여기에서 지내니 아주 편하다며 더 계시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 그러세요.” 저도 어머니가 계시니 배우는 것도 많고 좋다고 말씀드렸다.

방이 3개인 우리 집에서 어머니가 첫날 오셔서 자리를 잡으신 곳은 바로 베란다로 통하는 거실 앞에 커다란 황토 매트를 갈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돋보기를 쓰시고 성경책을 읽거나 쉬시던 자리였다.

나는 어머니가 계시는 동안은 텔레비전의 채널은 어머니가 보는데 시선을 맞추었고, 어른이 집에 계시다보니 찾아오는 친척 분들을 위해 늘 일정의 음식이 준비 되어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원하시는 데로 부지런히 장을 봐오면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드시는 것이었다. 사실 음식을 만들어 놓으면 손님들은 거의 차만 마시곤 했고, 거의 우리가 다 먹곤 했다.

그리고 며느리가 단전호흡 사범이라는 것을 아시는 어머니는 나 때문에 직장 빠지지 말라며, 언제든지 볼 일이 있으면 나가라고 내가 집을 지켜 준다고 늘 말씀하셨던 분, 언제당신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 한다고 늘 마음으로 위로를 주시던 어머니였다.

계절이 바뀌어 밤에 찬바람이 불자 10월 중순에 우리 집을 떠나 과천 큰 딸집에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길을 가시면서 나에게 사랑과 위로와 희망을 주고 올 1월에 영원한 안식에 드셨다.

엊그제 추석에 남편이 과천 누나네 집에 다녀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우리 집에 주려고 모은 것이라면서, 커다란 손잡이가 달린 하얀 비닐가방에는 세탁소에서 쓰는 옷걸이가 가지런히 노끈으로 묶이어 있었다. 소연이네는 옷걸이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한 번 우리 집에 오려고 모은 것이데. 못 전해 준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