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修道) 민족의 언어

들어가는 말 :

수련원에는 종종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당황하는 사람은 당연히 사범님들이다.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사범님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동작은 보여주고 따라하게 하면 그만이지만, 수련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지도하는 일이 차츰 어려워진다. 외국어라는 장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외국인들에게는 적절히 설명해줄 용어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곤혹스럽다. 개인의식과 자아의식이 강한 서양 사람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추스르고 비워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숨을 편하게 쉬세요.”라고 하면 피상적인 말뜻은 알아듣는다 해도 말속에 스며들어 있는 깊은 맛을 느끼지 못 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설명을 해야 비로소 아하~ 하며 이해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우디아라비아 여인들은 질투란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 남자가 여러 여인을 거느리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듣고 생활해 왔기 때문에 질투로 사람을 미워한다던가 죽인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잘 못한다. 이들에게 질투 개념을 설명해 주면, 한참 뒤에야 “~그럴 수 있겠네.” 하는 정도이다.

수도 언어 또한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수도문화가 있고 없음에 따라 한 민족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 우리 주변 도처에서 영어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어권 문화가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문화가 발달하였다는 것은 우리가 발전시키고 개척하지 못한 언어 분야가 있다는 말이다. 개척한 분야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뒤처지지 않고 국제 경쟁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적어도 수도를 포함한 몇 가지 분야에 있어서 어느 나라도 필적할 수 없는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다. 이 시대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수도적 삶이 요구되는 그러한 때이다. 점점 더 빠르고 급하게 정신없이 뛰고 있는 인류 문명의 심장을 제어할 문화가 적극적으로 등장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 대안은 국선도와 같은 수도 문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 과학적 언어 한글 : 한글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900여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세계 언어학자'들은 이미 그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옥스퍼드대학 언어학 대학에서는 세계 모든 문자를 망라하여 한글을 가장 우수한 문자로 순위 매겼으며,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언어학자들의 학술회에서는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까지도 있었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아 훈민정음은 97년 10월 1일에 UNESCO에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가장 우수한 언어라는 평가를 받은 '한글', 나는 자판기를 두드릴 때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고마움을 마음속에 새긴다.

우리글은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조합이 불편하지가 않다. 중국어는 30,000자가 넘는 한자를 컴퓨터 자판에 모두 나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영어의 '알파벳' 문자를 사용하여 자판에 입력시켜 놓고 있다. 그리하여 각 단어마다, 입력키를 눌러야 만이 컴퓨터 화면에 한자로 바꿔진다. 그 불편함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일본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정보통신시대, 우리나라가 IT 왕국이 된 데에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비단 한글만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

단군시대로부터 사용되어 오던 토박이 우리말 또한 위대하다. 비록 체계적으로 전해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여기저기에 단편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우리말과 글속에는 우리 민족이 얼마만큼 과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수도 민족으로서 수준 높은 정신문화를 지니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민족적 기질과 사고방식,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삶의 방식 등이 그대로 언어 속에 융해되어 전해지고 있다.       

2. 수도 언어의 과학성 : 일반적으로 “과학” 또는 “과학문명”이라는 개념을 머리에 떠올릴 때에는 동양보다 서양 문화를 더 강하게 연상시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과학이라는 개념은 동양이 아닌 서구에서 먼저 형성된 개념이다. 과학(science)은 에피스티미(επίστημι)라는 그리스 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에피스티미란 ‘on’의 뜻을 가지고 있는 전치사 에피(epi)에 ‘세우다, 수립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스티미(istimi)라는 동사의 합성어이다. 즉 논리적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학문이며 과학인 셈이다.

흔히들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 할 때에 서양은 추상과 논리에 의한 과학과 물질문명, 동양은 직관에 의한 정신문명이 발달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연유에서 서양인들은 과학과 논리로 무장된 자신의 문화에 우월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동양문화의 열등함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헤겔의 역사철학은 서양문화의 우월성을 부각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으로 대변되는 동서양 문화는 얼핏 이질적이며 상반된 문화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 두 문화는 우열이 드러나는 대립적 속성을 지닌 것인가? 

서양인들은 일찍부터 자연의 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하려는 도전적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결과적으로 이성의 힘은 증대되었고 자연을 이용하는 물질문명은 발 빠른 진보를 이룩하였다. 이와는 달리 동양인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데에서 삶의 길을 찾았다. 이 순응의 길은 자연환경을 뒤바꾸고 극복하는 방식이 아닌,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바꿈으로서 자연과 어울려 하나 되는 길을 찾았다. 이러한 문화형성의 과정에서 서구인들은 이성에 본질적 의미를 부여하고 두뇌를 개발하였지만 선천적으로 주어진 직관능력을 퇴화시키고 말았다. 동양의 문화는 이지적 능력을 개발하지는 못 하였으나 대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내재적 직관능력을 발전시킴으로써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고 그 힘에 동승할 수 있는 수도문화의 길을 추구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 민족이다.

추상과 논리는 이성이 행하는 두뇌 활동이다. 그러나 직관과 직감의 능력은 우리 정신이 몸의 감각지각 능력을 가지고 알아차리는, 심신이 함께 하는 인식 작용이다. 이 양자는 인식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인식 내용에 있어서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는 검증 가능한 객관적 기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후자는 주관적이므로 검증이 어렵다. 그리하여 내관이나 투시, 직관에 의한 인식내용은 지금까지 그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첨단과학이 발전하면서 증명할 수 없던 직관력에 의한 인식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과정에 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앎의 과정 또한 합리적 설명이 차츰 가능해지고 있는 단계에 와 있다. 텔레파시나 투시, 예지와 같은 ESP(extra sensory perception : 경험 外 지각), 그리고 내관 등이 그것이다. 직관에 의한 동양의 정신문화가 얼마만큼 빈틈없이 정확하며 합리적 정신을 추구하고 반영하는 문화인가 하는 점이 첨단 과학의 힘으로 확인되고 있다. 물론 모든 직관내용이 무조건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다. 직관능력 자체가 분명히 존재하고 합리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이며, 바른 직관내용은 수학이나 과학이 추구하는 엄밀성 이상으로 빈틈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심신일여와 체지체능, 그리고 내관을 토대로 수련하는 국선도 수도 문화는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과학 못지않은 실증적 정확성을 지니고 있다. 청산 선사님께서 오래 전에 ‘실증과학’으로 정의 내리신 국선도는 심신의 건강을 최상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 과학적 수련법으로서의 진면목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몇 천 년의 세월 동안 비전(秘傳)으로 구전심수(口傳心授)하면서 전해져 내려온 국선도의 선도법은 현묘지도(玄妙之道), 풍류도(風流徒), 단기법(丹氣法), 풍월도(風月道), 국선(國仙), 단도(丹道), 정각도(正覺道) 등등의 이름으로 전수되어 왔다. 우리의 언어 속에는 장구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서서히 형성되어 온, 한민족이 수도민족이었음을 보여주는 말들이 생활 언어 속에 남아 있다. 이 수도 관련 언어들이 지금까지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3. 수도 언어의 예증 :

가) 각 민족이 지니고 있는 문화마다 그 문화를 대변하는 중심 개념이 있다. Logos가 서양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 개념이라면, 중국에는 道가 있고, 우리에겐 한[한]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의 개념 속에는 한민족 문화의 혼이 들어 있다. ‘한’을 비롯한 수도 언어의 몇 가지 예를 ‘한’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에는 네 가지 중요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 첫 번째는 ‘진리’라는 속성이다. ‘한’의 본래 뜻은 ‘한하다’, 즉 ‘환하다.’라는 의미이다. 밝다는 의미에서 태양, 빛, 진리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단군 신화에서 천제(天帝)인 환인(桓因)과 그 아들 환웅(桓雄)은 모두 토박이 우리말인 ‘한’의 개념과 직결되어 있다. ‘환인’은 진리와 빛[한]의 근원[인]이며, ‘환웅’은 진리[한]의 스승[웅]이다. ‘웅’은 한문으로 ‘수컷 웅’이지만 단군신화에서 사용된 ‘웅’은 이두어로서 우리말 ‘스승’의 뜻이다. 사찰에서 보게 되는 대웅전의 ‘웅’과 같은 의미의 이두어이다.      

두 번째로 ‘한’은 ‘하나’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시작이며 전체를 의미한다.  

세 번째는 속성은 중앙, 가운데, 정점 등의 의미이다. ‘한’은 天地人 삼재를 말할 때에는 인[人]을 가리키며 ‘한가운데’와 같이 몸의 중심을 말할 때에는 단전을 가리킨다. 그리고 한밤중, 한낮, 한참 때 등과 같이 시간상의 중심을 나타낼 때에는 과거 현재 미래 중 현재를 지칭한다. 내세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지금의 현실을 중시하던 우리 민족의 현실 긍정적인 세계관이 이렇게 수도 언어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크다’는 속성을 포함한다. 한울(큰 우리[Weness], 큰 나, 온 누리), 한 길(큰 길), 한숨(큰 숨), 한밭(큰 밭: 대전), 한 사발(큰 그릇) 등등.

이렇듯 ‘빛과 진리’, 그리고 ‘하나’, ‘중심’, ‘거대함’의 의미를 지닌 ‘한’ 개념은 분명 수도 문화의 핵이 아닐 수 없다. 국선도 정의를 보면 ‘국선도란 우주를 하나의 나라로(한울) 보고 하늘과 사람이 상통(하나로)하는 대자연의 길이다.’라고 되어 있다. 국선도는 또한 '밝돌법'이라 하여 ‘밝'(빛, 광명, 진리)을 받아 우주 대자연과 소통하는 수련법’이니 ‘한’은 국선도 수도를 통하여 형성된 개념이거나, 국선도가 ‘한’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거나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나) 그밖에 수도와 직간접적 연관을 가지고 지금까지 우리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는 몇 가지 주요한 수련어(修練語)들은 다음과 같다.

① 숨-목숨-숨쉬기, ② 절, 마음(心)관련 수련어(修練語), ③ 세 가지 힘(뱃심, 뒷심, 허릿심), ④ 기(氣)관련 수련어

① 숨-목숨-숨쉬기

* 숨 : 숨은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을 말한다. 즉 생명, 목숨을 뜻한다. 아울러 생생한 기운을 숨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채소 따위의 생생한 기운이 그것이다. 수도 문화에 있어서 숨은 건강한 심신을 단련하고 생명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기운이므로 ‘숨’은 수도의 중요한 수련문화의 중심개념이다.

* 목숨 : 목숨의 목은 몫이다. 몫은 주어진 것, 즉 하늘로부터 내가 부여받은 것이다. 목숨은 내게 ‘주어진 생명’이니 이 목숨을 건강하게 잘 간직하는 최선의 길을 찾는 일이 수도의 목적인 것이다. 

* 숨-쉬기 : 모든 생명체는 숨을 쉬지 못 하면 죽는다. 숨을 잘 쉬어야 산다. 숨을 잘 쉬기 위해서는 먼저 쉬어야 한다. 여기서 ‘쉬다’는 말은 휴식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휴식을 취한다는 말은 불필요한 짐이나 찌꺼기를 밖으로 ‘내보낸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아이들에게 오줌을 누일 때 ‘쉬~’ 하라고 말할 때의 ‘배출하다.’는 뜻이 곧 ‘쉬는 일’이다. 숨을 잘 쉬려면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것들을 밖으로 방출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노폐물은 버리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하는 모든 생각과 감정, 걱정, 근심을 내려놓아야 만이 편하게 숨을 쉴 수가 있는 것이다. ‘자신’까지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이는 수련의 극치로서 우주 호흡을 하게 되는 셈이 될 것이다.  

②  절, 마음(心)관련 수련어(修練語)

* 절 :  수도 언어의 백미가운데 하나가 절이라는 우리 토박이 말이다.

불교의 사찰을 우리는 절이라 부른다. ‘절’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절에 들어갈 때에 절을 하고, 법당에서 절을 하다가 돌아올 때에도 절을 하고 나온다. 절은 불교뿐만이 아닌 우리 민족이 행하여 온 마음수련의 시작과 끝이다. 절이란 무엇인가?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다. 나이와 성별, 지식과 지위, 명예와 권세 모두를 내려놓고 비우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는 일이 절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자신을 내세우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깨달은 우리 민족은 자신을 낮추고 죽임으로써 진정한 ‘나’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개인의식이 발달하여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우리의 ‘절’은 자신을 낮추고 죽이기 위해 행하는 것이다. 호흡은 스스로를 낮추고 내릴수록 면 더 깊어지고 안정이 된다. ‘나’라는 의식이 수그러들면 들수록 숨은 더욱 차분해지고 깊은 내면의 정신세계로 침잠해 들어갈 수가 있다. 심신의 안정은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힘(아집)에 반비례하며, 자신을 낮추는 일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절은 아집을 없애고 대자연의 품에 안겨 황하의 물을 한 입에 털어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수련의 시작이며 끝이 아닐 수 없다.

* 마음(心)관련 언어 : 마음은 우리의 심장이다. 심장은 神이 거하는 곳으로 신이 맑고 밝아야 하늘과 소통을 하고 ‘밝’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심장이 짓눌리게 되며 열이 차오르게 되어 속을 끓이게 된다. 심하면 화병이 나게 된다. 그리고 호흡이 고르지 못하게 되고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마음을 잘 늦추고 다스려서 호흡이 고르게 되면 마음 상하는 일이 없게 되고, 호흡도 마음도 뜨는 일이 없어진다. 화병 또한 생기지 않는다. 속이 뒤집어지고 터지는 일이 없으며 장부가 경직되는 일도 없다. 기운 충만하여 기막힌 일을 당하지 않는다.  

우리의 수도 문화는 이렇듯 마음 수련에 그 궁극적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위의 말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야기 되고 사용하고 있는 수련어들이다. 마음을 닦는 일은 비단 수도를 하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추구하였던 삶의 방식이었음을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다.

③ 세 가지 힘(뱃심, 뒷심, 허릿심)

* 세 가지 힘 : 임경택 교수(법사)는 수련(국선도)을 통해서 생겨나는 세 가지 힘을 말하고 있다.[숨쉬는 이야기 161~163쪽 2004] 즉 뱃심과 뒷심 그리고 허릿심이 그것이다.

뱃심은 단전호흡을 통해서 생기는 힘이며 뒷심은 허벅지 뒤쪽, 엉덩이 밑의 대퇴근에 힘이 생기면서 다리에서 발끝까지 뻗어나가는 기운을 말한다. 허릿심은 단전호흡으로 기운이 전신에 차 들어가면서 골짜기가 내를 이루듯 기운이 등 뒤로 가게 된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제어된 기운이 척추로 가게 되면 허릿심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이 세 가지 힘은 수련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전형적인 수도 언어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수련을 통하여 저마다 품은 '인생의 꿈(허릿심 )'을 '끈기'(뒷심)를 가지고 '당당하고 힘 있게'(뱃심) 추구하며 인생을 살아 나가기 위해서 뱃심과 뒷심, 허릿심이 길러져야만 한다는 생각은 수도 민족만이 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④ 기(氣)관련 수련어

* 기(氣)관련 언어 : 기(氣)는 국선도 수련의 핵심 개념이다. 기는 우주 삼라만상을 운행 유지하는 근원으로 생동하는 에너지며 힘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자연을 지배하는 질서이며 원리이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그러므로 氣를 떠나서 이해할 수도 생각할 수가 없다. 기와 관련된 생활 속 말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감기, 기운, 양기, 음기, 열기, 냉기, 한기, 기쁨, 운기, 기막힘, 기분, 생기, 습기, 일기, 공기, 전기, 정기, 진기, 천기, 지기, 기진맥진, 기질, 내기, 외기, 종기, 향기, 시장기, 취기, 혈기, 기풍, 살기, 기절, 기지개, 기력, 기개(氣槪 일에 굽히지 않는 강한 의기), 기색(氣色 : 감정의 작용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기분과 얼굴빛), 기맥(氣脈 :혈과 맥락. 혈맥), 기력(氣力 :정신과 육체의 힘), 중풍기 등등

우리가 잘 의식하고 있지 않는 氣 관련 개념 두어 가지만 예를 들어 설명 해 본다면,

먼저 ‘기쁨’을 살펴보자. ‘기쁨’은 氣가 뿌듯한 것을 말한다. ‘뿌듯하다’는 말은 ‘가득 차다’는 의미이니, 氣가 충만해 있다는 뜻이므로 기쁘게 된다. 기쁘면 ‘기분’이 좋다. ‘기분(氣分)’은 기가 몸 전체에 고루 퍼져 운기가 잘 되고 있다는 말이다. 氣 흐름이 원활하여 혈액순환이 잘 되므로 몸이 편하고 마음 또한 편하게 된다. 기운(원기와 힘)이 없으면 생명력은 약화되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 민족은 이렇듯 기쁘고 기분 좋게 기운차게 살기 위한 방법을 오랜 옛날부터 추구해 온 수도 민족이었다.

4. 맺 는 말 :

우리 민족이 수도 민족으로서의 언어를 사용해 왔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몇 가지 생각나는 내용을 중심으로 체계 없이 정리해 보았다. 우리가 보아 온 것처럼 언어는 하루아침에 형성되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어는 주관적 정신이 모여 오랜 세월을 흐르는 동안 만들어지는 객관적 정신, 즉 문화로서 거기에는 언어를 만든 민족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삶의 방식과 기질,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들어 있다. 언어는 오랜 세월 다수에 의해 교정되고 검증되면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언어는 자체적으로 보편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언어가 논리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리의 논(論)이란 다름 아닌 언어(言)를 가지고 조리를 세우는 일(侖)이다. 서양의 logos가 논리의 의미를 지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모든 언어가 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공통적 의사소통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 특성을 띠고 있지만, 잘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는 비논리적인 요소가 많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글과 말은 어떠한가? 한글은 세계가 인정을 해 주는 과학적인 글이다. 그것은 또한 훌륭한 수도 언어로서 오랜 세월 우리의 문화 속에서 역할을 해 온 말이다. 지금까지 청산 선사님을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이 행하는 수련을 실증과학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수련인은 없다. 체지체능의 실증적 수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수도 언어가 실증과학의 시대를 맞아 그 빛을 보게 될 때가 되었다. 실증과학으로서의 국선도 기치를 드높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