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술

어릴 때부터 내 입술은 언제나 검고 푸르딩딩하였다.

미역을 감다 방금 물밖에 나온 아이처럼 내 입술에는 붉은 기가 없었다.

이런 내 입술을 처음으로 의식하게 된 것은 중1 때가 아니었나 싶다. 한참 짝사랑을 하던 터라 누나 쪽거울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신경을 쓰던 때였다. 검고 파란 입술이 너무도 내 마음을 힘들게 하였다. 마른 수건으로 문질러도 보고 위아래 입술을 부비기도 하면서 별 짓다 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운동을 해서 근육은 좀 나왔는데, 입술 색과 가슴에 털 나게 하는 일만은 뜻대로 되질 않았다.

입가에 혈색이 보였던 기억은 어머니가 지어주신 녹용을 먹었을 때뿐이었다. 그것도 1주일을 넘지 못 했다. 언젠가 파란 입술을 가진 사람은 오래 못 산다는 소릴 들은 후로 나는 오래 못 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만 뛰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까지 있었기에 일찍부터 건강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떻든 이렇게 평생 건강, 특히 얼굴에 자신이 없어 애써 거울을 외면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밥을 먹고 이빨에 고추가리가 끼어 있는지, 코털이 밖으로 많이 삐져나오지 않았나를 살피려면 거울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거울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입술이 나를 살맛나지 않게 만들었다.

국선도를 시작할 때에 사범님에게 제일 먼저 물었던 질문이 “입술 색깔에 변할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입술 색깔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행여나 싶어 인터넷을 뒤졌다. 혹시나....? 인터넷 검색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수술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입술까지 수술을? 그날 비로소 확실한 포기를 하였다. 체념을 하고나니 편했다. 생긴 대로 살아야지... 주어진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내가 못마땅하였다. 그런데 원기단법 수련이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우연찮게 함께 수련을 하는 도우 한 분이 자신의 입술 색이 많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입술색이 핑크색으로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다. 그 도우는 내 삶에 희망의 빛을 던져 주었다.

수련을 열심히 하게 되면 언젠가 입술 색이 바뀌겠지.... 그리고 나서 1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입술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랫입술의 시커먼 부분이 탈색이 되듯이 벗겨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거무티티.. 푸르딩딩한 색이 완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젠 윗입술만 바뀌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비록 가능성이 별로(ㅠ..) 없겠지만, 그래도 만일 누군가가 내게 키스하고 싶어 하는 여인이 있다면 정말 멋진 키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저래 요즈음 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쪼록 다른 분들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에 건강에 신경 쓰길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