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거지

어릴 때 눈만 뜨면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엄마 일원만.." 

먹을 게 별로 없었던 시절이지만, 그래도 1원이면 눈깔사탕을 사먹을 수 있었다. 학교엘 갔다 돌아오면 배가 고파 밥을 지으려고 삶아 놓은 보리쌀을 간장에 비벼 먹곤 하였다. 우리 집은 잘 사는 편이었지만 시대가 가난하였다. 지금은 세상이 변하여 누구도 먹을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무엇을 먹을까를 망설이며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조금이라도 맛이 있는 음식점이 있다면 거리에 크게 상관치 않고 찾아 간다.  

어디 음식뿐이겠는가? 옛날에는 많이 배운 사람,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대접을 받고 출세를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디를 가나 지식이 넘쳐흘러나고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갈구했던 음식과 지식이 이젠 많아서 짐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 이젠 어느 정도 성취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편한 것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만족을 모르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시대적 발전의 폭과 질이 너무 크고 깊어서 어지간한 일에는 감동을 받지도 않는다.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수련장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편하게 동작과 호흡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니 할 말은 별로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말 많은 세상에 사족을 덧붙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풍요로운 거지…. 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수련에는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다. 땀을 흘린 만큼, 두 발로 걷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 시대의 풍요로운 거지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 배고픈 거지가 되어 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