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찬대사의 신심명 첫 부분을 보면,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자기 기준을 가지고 이것저것을 선호하여 고집하지를 않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모든 것이 맑고 숨김없이 분명하게 되리라.”는 뜻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진정 가치가 있고, 무엇이 없다는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말과 글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저마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른 말은 바른 말대로, 헛소리는 헛소리대로 의사소통에 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움이 없는 사랑, 밤이 없는 낮, 욕 없는 고운 말을 상상할 수가 있을까요?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잡소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참소리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빛은 어두움을 통해서, 진실은 거짓을 통하여, 삶은 죽음을 통하여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잡소리가 있음으로 참소리의 의미가 살기 때문입니다.


어디 말과 글뿐이겠습니까? 자연계에 있는 모든 동식물과 무생물, 그것이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든 작은 돌덩어리가 되었든 제각기 소중한 나름대로의 존재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제각기 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의미란 관점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욕설이나 거짓말, 잘못된 표현, 잡소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며 지냅니다.


반면에 잡소리가 아닌 바른 말이나 고운 말, 자연과학적 진리나 종교적 진리에는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지요. 전자의 잡소리는 우리가 마땅히 피해야 할 것들이며, 반면 후자는 언제나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배설되는 오줌이나 똥과 같아서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이나, 후자는 우리의 정신을 한껏 고양시켜 준다는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이른 바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일상적 가치들에는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진리 자체, 혹은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본 가치라기보다는 인간 자신의 입장에서 설정된 가치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가치는 대체로 인간 중심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은 전체로서 보고 들으며 생각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는 크세노파네스의 말처럼, 인간의 사고는 자기중심적인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욕설과 거짓말, 파괴, 죽음, 혼돈과 무지, 잡소리 ...... 이 모든 것들은 쓰레기와 같은 것이지만, 이것들로 인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사유지평을 넓혀갈 수 있고, 존재 의미를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이들 대립 개념에 대한 관계적 이해가 없이는 어떠한 의미도 온전히 드러날 수가 없습니다. 이 개념 자체만 생각한다면 분명 파괴적인 뜻을 함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개념이란 원래 동영상의 특징적 부분을 작위로 순간 정지시켜 고정된 의미로 부각시킨 것이어서, 우리의 시각을 부분적으로 고착시켜 바라보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체에서 바라다 볼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노자의 말대로,

以道觀之(전체, 진리의 관점에서 바라다보는 것임)가 아닌, 以人觀之(부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가 되는 셈입니다.

부분의 관점을 가지고 살고 있는 대다수 우리들은 세속인(世俗人)입니다. 속인이란 계곡의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앞뒤가 꽉 막힌 곳에 서 있는 사람이니, 모든 생각이 편협하고, 옹졸하다는 의미에서 그러한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세속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이것저것 가려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시각은 더 없이 비좁아지고 생각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라고 하는 자아의 정체성은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 뿐만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 모든 것 하나하나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만이 자아의 정체성, 즉 존재 의미가 드러낼 수 있습니다.

도를 이룬 선각자들은 한결같이, 가까운 곳에 도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똥 속에 도가 있다." "기왓장 속에 도가 있다."... 어떤 이들은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깨우침을 얻었다고 하질 않습니까?

그래서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至道無難)이라는 말씀이 나오게 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