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에서 心身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른 실체가 아니다.

그러나 제각기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心身을 본질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이지만, 현상적 차원에서는 서로 다른 독립적 기능을 행사하고 있다.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 관점에 따라 하나가 되고 둘이 되기도 한다. 밤과 낮 역시 상반된 두 실체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하루”의 속성들에 불과하다. “하루(a day)”라는 개념 속에서 낮과 밤이 하나로 융해되듯이, 그리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대립적 개념이나, 비탈길이라는 점에서 하나인 것과 같이, 몸과 마음이란 “氣”의 개념 속에 들어 있는, 氣의 변형에 불과하다.

심신이 그 본성에 있어서 하나(心身一如)라고 하나, 그것들은 구체적인 인간의 삶속에서는 각기 고유한 기능을 한다. 즉 몸은 종이며 마음은 몸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본성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심신의 이분법적인 구별을 하며 설명한다. 그러나 국선도에서는 인간의 생성과 변화의 문제를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정기신(精氣神) 삼단전의 단리(丹理)에 의해 풀어가고 있다. 따라서 국선도 수련의 핵심은 일차적으로 각자의 마음을 ‘하늘과 땅의 마음’(天地心)에 맞도록 수련하는 데에 있다. 그러기 위해 정기신(精氣神) 작용을 최대한으로 선도하여 음양과 오운육기[五運六氣 : 五運은 五行이 하늘에서 발전하는 象, 六氣는 五行이 땅에서 운동하며 발전하는 象(寅申:相火의 火가 더 생겨 六氣)]의 작용이 내 몸 안에서 활발히 일어나도록 하여 天地人 삼합으로 조화시켜 통일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국선도 I, 78 쪽) 따라서 우리의 정신과 마음이 언제나 주축이 되어 天地의 이치와 도리, 그리고 公利를 생각하고 대효지심(大孝之心)을 지니고 수련을 할 때에 천지인 삼합에 접근할 수가 있는 것이다.(국선도 I, 79 쪽)

몸이란 이렇듯 마음을 떠나 있을 수 없고 마음 또한 몸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니, 몸과 마음은 서로의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영향을 주고받는다. 서구인들은 우리와 달리 心身을 두 개의 독립된 실체, 즉 이원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고대의 플라톤으로부터 근대 철학을 열었던 데카르트와 기독교, 헤브라이즘 전통에 이르기까지 심신이원론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개인의식을 발달시켜 모든 것을 한 개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즉 개체의 본질을 환원 불가능한 독립된 실체로 생각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동양인에 비해 강한 자기의식을 지니고 있다. 한 마디로 확고한 개인의식을 토대로 형성된 자기 중심주의적, 인간중심주의적 삶의 태도가 그들의 사고 속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이러한 서구 문화를 동양인들은 그들이 일구어낸 눈부신 과학문명의 성과에 무릎을 꿇고 앞 다투어 이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연과 인간, 天地人 삼재의 조화, 만물동근(萬物同根), 물아일여(物我一如)의 정신을 오래전부터 부르짖던 동양문화는 자신이 지닌 고유한 가치도 내동댕이 쳐버리고 있다가, 서구 선진문화, 문명이 생태계와 자연 환경을 망쳐버리고 난 후, 호구지책으로 자연과의 공존(symbios)을 외치자 때늦게 동양정신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호들갑을 떨고 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구 문명의 특징을 좀 심하게 표현한다면 한 마디로 그것은 몸뚱이를 위한 물질문명에 토대를 두고 있다. 내면의 정신문화와 문명과는 거리가 있다. 인간의 내재적 정신 가치를 추구하고자 했던 동양의 문화도 서구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물들어 결국 몸뚱이를 위한 문화로 전락되기 시작하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물질문명의 한계를 느낀 서구인들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추구해 온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의 문화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반면에 정신을 못 차린 동양은 서구식의 산업화와 현대화에 여념이 없다. 힘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새마을 운동을 시발로 산업화와 근대화가 한참 진행되던 1970년대 초에 청산선사께서는 국선도를 보급을 위해 동분서주하셨는데, 그 시점에서 행한 한 강연이 눈길을 끈다. 다음은 청산선사님의 말씀을 발췌한 부분이다.

 “이 육신이라는 건 종이거든요. 마음이란 주인이고요. 그런데 주객이 전도 됐어요. 마음은 급하고 종인 몸은 편하고자만 하고.... 몸은 가만있고 마음만 분주해요. 이게 바뀌어야 된다, 이겁니다. 마음은 태평하게 성대를 누리고 그래 너 육신은 빨리 가서 일해라, 그러나 어디 그렇습니까? 기계가 발달되니까 페달만 밟으면 차는 척척 가지 뭐 이젠 뭐, 어, 돈 벌어 와도 뭐 할 것 없으니까 여기 저기 다니면서 편안하게 육신, 고기에 진수성찬 자꾸 대접하고 마음만 앞서면 돈 더 벌까 어떡하면 뭘 할까 마음만 신경을 쓰며 힘들고 번잡하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건강을 찾는 길을 바꿔놓는 길이예요.

 마음은 편안하게 있으면서 앞뒤를 살피고 육체는 일을 해야 돼요. 청소도 아침에 나가서 하고 육신을 마구 뭘 시켜야 돼요. 그리고 마음은 편안하게 있어야 비로소 제 자리를 단전이 찾아갑니다. 그때에 비로소 단전호흡이 되기 시작해요. 마음이 분망하면 이 깊은 숨이 안 됩니다. 우리 본래에 옛날부터 풍류도라고 하는 도가 있을 적에는 그저 항상 사회적인 모습이라든가 모든 것이 편안할 때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수련자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저 쌀 몇 가마 씩 지고 우리 증조부 할아버지께서는 쑥 집어던지고 가셨다는 얘기, 또 우리 몇 대조 할아버지께서는 무슨 쌀가마를 번쩍 들으셨다는 얘기 흔히 들었습니다. 지금은 쌀 반 가마도 못 들어서 쩔쩔 매는 남자들이 되고 있다 이겁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던가? 우리의 몸이 보다 편해지기 위해 무수한 발명품들이 나왔다. 대부분은 서구 기술문명의 산물이다. 이들 모든 발명품은 몸뚱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자동차, 비행기, 기관차 등의 교통수단과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들과 부엌살림에서부터 입맛을 즐겁게 하는 무수한 요리가 개발이 되었으며, 오락과 스포츠 ...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계산하는 일, 시장 보는 일, 농사짓는 일, 이동하는 일, 모두가 기계가 알아서 척척 대신해주는 시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몸뚱이는 편해지고 즐겁게 되었지만 이를 위해서 우리의 정신과 마음은 끝임 없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피곤하게 움직여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얼굴과 몸을 예쁘게 가꾸기 위해 화장을 하고, 살빼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비싼 옷으로 치장을 하고, 미적 감각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미용실은 언제나 붐비고 있다. 얼굴 떼를 벗겨주는 박피, 코, 눈, 입을 원하는 대로 바꾸고 가슴을 크게 부풀리게 하고, 뱃살과 허벅지 살을 빼주는 지방흡입술 등 성형외과가 성업 중이다.

이른바 몸짱열풍,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이름이 생길 정도로 몸뚱이를 가꾸고 모시는 정성은 극에 다르다고 있다. 웰빙시대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온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에어로빅, 헬스 등 모든 운동들이 몸짱 만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와 몸뚱이에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형적인 자기관리의 실패로부터 나타나게 되는 외화내허(外華內虛)의 현상이다. 속마음이 비어 있거나 부실할 경우, 어느 한 곳으로 생각과 마음이 치우쳤을 때, 심신의 부조화와 불균형, 또는 과다한 욕구불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외모로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다. 몸의 상태는 사람의 정신적 건강을 측정하는 여러 기준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마음은 건강한 몸의 절대적 기준이다. 마음이 건강하면 몸은 따라서 건강할 수밖에 없으나, 몸이 건강하다 하여 마음 또한 똑같이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몸이란 마음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하게 되는 "수동적(passive)인 것"이나, 반면 마음은 스스로를 규제하고 다스려 나가며 자신에 책임을 지는 "능동적(active)인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몸뚱이가 주인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산선사님의 말씀처럼, 몸뚱이는 마음이 부려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마음을 잘 받들기 위해 불철주야로 애를 써야하는 종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몸이 대접을 받고 마음은 몸짱이 가져다주는 찬사에 만족해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은 시선을 끌기 위해서 냄새를 풍기며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며 돌아다니는 강아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몸과 마음의 관계를 주인과 종의 관계로 비유해 말하였으나, 사실 이는 서구적인 표현방식, 즉 개념적 사고방식으로부터 비롯된 언어 습관이다. 개념적 사고에는 언제나 개념들 상호간에 모순과 대립이 존재한다. 그런데 한 사물 속의 속성들 사이에도 대립적 의미가 있게 되어 마치 그 상호 모순 대립하는 속성개념에 상응하는 대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이를테면 앞서 예를 든 낮과 밤이 그렇다. 하루라는 개념의 속성 속에 낮과 밤이란 대립적인 속성이 들어 있어서 마치 두 개의 다른 실체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심신에 대한 이해를 국선도에서 말하는 정기신(精氣神) 삼단전에 대한 단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단전인 精은 몸의 근본이며, 중단전인 神은 마음으로 일신의 주(主)가 되며, 상단전인 氣는 사유 활동을 하며 육신을 이끌어 가는 몸의 근체(根蒂)가 된다.(국선도 I, 92 쪽) 그런데 인간의 “삶의 道”(生道)는 精과 神이다. 그리고 형체 즉 몸은 氣에 의탁한다.(국선도 I, 151 쪽) 이 말의 의미는 몸은 精이며, 氣란 한 인간을 이끌어 가는 주인(사고의 주체)의 대행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며, 여기서 神은 우리의 마음이다. 따라서 심신의 이원론적으로 이를 해석한다면, 몸은 精일 것이며, 氣와 神은 몸의 주인 역할을 하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精氣神을 서구식으로 해석한다면, 氣가 주인이며, 精과 神은 육체와 육체에 연관된 기능에 불과하다.

이제 관건은 마음이 어떻게 주인 노릇을 바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았다.

마음이 주인이 되는 길은 국선도의 문에 들어서는 일이기도 하다.

국선도로 들어가는 문은 정심(靜心)과 정좌(靜坐) 정사(靜思)에 있음을 청산선사는 밝히고 있다. “국선도 입문의 길은 인류가 우주에 접근하는 길과 다름이 없으며, 그 길은 정심과 정좌의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동방의 도는 도인들이 입도의 길이 정사(靜思)와 정심(靜心)에 있다고 깨달은 것이다.”(국선도 I, 96 쪽)

그러므로 마음이 삿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고요하게 안정을 찾게 될 때, 마음은 몸의 주인이 될 수 있고, 精은 천기와 지기를 바로 받아들여 에너지 공급이라는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산만한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精은 고갈되고, 주인 없는 종이 주인 행세를 하며 끊임없이 몸짱을 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몸짱을 외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몸짱도 되고 마음이 주인 되어 몸과 마음이 모두 “짱짱”으로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길이란 찾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길이다.

몸짱과 맘짱, “모두짱”은 오직 국선도의 조신(調身)과 조심(調心), 그리고 조식(調息)으로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