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제 8 호)

이 주의 주제 : 세포의 회춘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이후로는 대학 4학년 때까지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순둥이다.  

막상 대학을 졸업하려고 하니 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안면이 있는 같은 대학 여대생을 사귀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중한 미모는 아니었으나, 나에겐 벅찬 여학생이었다. 막상 사귀려고 하니 적잖게 용모에 신경이 쓰였다. 일단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준비하였다. 준비라야 까만 작업복 바지 그대로, 시컴시컴한 얼굴 그대로, 모두가 그대로인데, 그래도 그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이리 저리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보니 내가 여자라 해도 퇴짜를 놓고 싶을 정도로 얼굴이 검고 혈색이 없었다. 그래서 궁리를 하다가 누나가 쓰는 볼터치를 좀 발랐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고 보기가 좋았다.

그 이후로도 한두 번 더 볼터치를 사용을 했다.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꺼림칙하여 작심하고 그만 두었다. 나는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다. 이미 얼굴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나보다 못생겼거나 비슷한 사람을 보면 왠지 호감이 갔다. 소크라테스를 좋아했던 것도 그의 못생긴 용모 때문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거울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울 보는 재미에 살고 있다. 자주 거울을 들어다 보는 나를 보고 애들 엄마가 수상쩍게 생각을 했던지, “요즘 또 무슨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이네요.” 라고 한마디 찍는 소리를 건넨다. 대꾸 해 봐야 좋은 말 듣지 못할 게 뻔해서 그냥 웃고 넘어갔다.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 “오냐, 너 혼자 많이 젊어져서 오래오래 잘 살아라.”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굴에 이렇게 혈색이 돌기 시작한 것은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지금은 좀 그렇지만 옛날에는 순진하고 수줍음 잘 타는 그런 사람이었다. 수줍음을 타면 대체로 얼굴이 빨개지는 법인데 나는 얼굴이 빨개져 본 기억이 없다. 심리적인 것 말고도 몸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찌 됐든지 요즘에는 얼굴에 혈색이 돌아서 살맛이 난다. 거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혈색만 좋아진 게 아니고, 얼굴에 나던 검버섯과 주근깨, 그리고 잡티까지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마나 작아지고 또 없어졌나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그런데 더 자세히 얼굴을 살펴보니 그것뿐만이 아니라, 얼굴의 코 주변을 위시한 볼 전체에 땀구멍이 딸기처럼 크게 있었는데 그것들도 하나 둘 씩 없어지거나 작아져서 얼굴 전체의 피부가 탱탱해지고 있다. 조금 일찍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더라도 한 번 멋있게 휘젓고 돌아 다녀볼 수 있었을 터인데, 참으로 무심한 하느님.

이런 변화는 나뿐만이 아니고 함께 수련을 하는 여러 도우님들도 그러한 변화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분들이 혈색이 참 좋아졌음을 느낄 수가 있다. 같이 수련하는 분들 가운데에는 여자 도우님들이 많은데, 얼굴이 예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혈색이 좋아졌고 피부도 고아진 것이 보인다. 이분들이 좋은 화장품을 쓰는 것 같지도 않는데, 어떻든 이제는 모든 면에서 세련미가 느껴진다. 도대체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내 수준에서 정확하게 “이것이다.” 라고 한 마디로 끄집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전호흡으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는 점이다. 나는 단전호흡으로,

 가) 심리적 안정감, 나) 신진대사 촉진, 다) 세포의 활성화     

 이 세 가지가 내 몸을 변화시킨 구체적인 원인으로 알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매일 한 시간 이상을 거울 앞에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화장을 한다. 이젠 남자들도 화장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였으나, 이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게 되는 추세가 되지 않나 생각된다. 어찌 됐든지 화장품에 드는 돈과, 화장하는데 드는 시간을 국선도 단전호흡을 하는 것으로 대체한다면 얼굴 미용은 물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모두 동시에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화장품에 많은 돈 낭비할 필요가 없고, 스트레스로 정신과 의사나 카운슬러를 찾아갈 이유 또한 없으며, 따로 건강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 이거야말로 一擧兩得이 아니라, 一擧多得이 아닐 수 없다.피부는 마음 상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신선한 산소와 영양을 충분히 흡수함으로써 곱게 다듬어 진다.

찌든 얼굴, 빨간 루주와 볼터치로 감추는 것보다, 단전호흡으로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일이 지혜로운 분들이 선택해야 결단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행복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