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2)

-국선도 여의도 수련원- 오륜빌딩 1004호

(2007년 7월 31일) (☎ 02-780-9004)

이 주의 주제 : 상허하실(上虛下實) : 인체의 구조조정

불과 10 여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는 세 가지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산업사회로부터 정보화 사회로의 이동이요, 둘째는 폐쇄사회로부터 개방사회로의 전환이며 셋째는 공급자 중심사회로부터 소비자 중심사회로의 대이동이 그것이다. 정보화 사회는 90년대에 들어 급속하게 전개되었고, 개방 사회는 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소비자 중심 사회는 95년 세계무역기구의 출범과 더불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와중 속에서 우리는 IMF 한파를 맞았다. 그리고 풍전등화와 같은 국가 부도 상황에 직면하였다. 생존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때늦은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론과 경험 부족에 노하우도 없어서 한동안 허둥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심각한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하늘이 도와 어느 정도 구조조정에 성공하여 혹독한 충격과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조조정(restructuring), 또는 경영혁신(business reengineering)은 주로 기업에서 상품의 품질과 비용, 그리고 서비스 등과 같은 핵심적인 분야의 성과를 극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기업의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일을 의미한다. 기업이나 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편하거나 축소하여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발맞추어 기업의 체질을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시켜 나가는 작업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은 인간사회에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물들 또한 본능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것은 마치 긴 여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것과 같은 일대 변화를 의미한다. 산업사회는 대량생산과 소비라는 양적인 특징을 지닌다. 그것이 풍요로운 아날로그적인 여름이라면, 정보화 사회는 겨울처럼 냉정하고 차가우며 엄격하고 추상적인 디지털적 질적 특징을 지닌다.  

모든 집단과 생명체는 이처럼 생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곧 생존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 있어서 구조조정은 덩치가 크면 클수록 효과적으로 수행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 보다는 집단이 잘 못하고, 개인 중에서도 지능 좋고 욕심 많은 사람일수록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인간보다는 동물들이, 동물보다는 식물이 더 구조조정을 잘한다. 그래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생명체는 동물보다 식물이 더 많고, 동물 가운데에서도 고등동물 보다는 하등동물들이 구조조정을 잘하고 건강한 삶을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만을 두고 생각해 본다면, 잔병치례 하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해서 인간은 식물이나 동물처럼, 상시적으로 본능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욕심 많고 머리 좋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동식물의 방식대로 구조조정을 따라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생각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하고, 욕심을 없애야 하며, 미련 없이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되는 모든 것들을 언제라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도통을 하여 산중에서 살아가는 도사가 아니고서는 이러한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싶다.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맛을 느끼며 수행할 수 있는 길이 국선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상허하실(上虛下實)의 수련 원리이다. 상허하실이란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단전을 중심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정(精)ㆍ기(氣)ㆍ신(神) 삼단전이 다 같이 밝고 충만하게 각자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행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우리 몸의 상체는 있으나 없게 되고, 하체는 기운으로 가득 차, 견실한 빌딩의 기둥이나 나무의 뿌리처럼 몸체를 받혀주는 인체의 바람직한 구조를 갖게 된다.  

따라서 어떠한 생명체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 하체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국가 기간산업이며,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인프라에 해당된다. 따라서 하체가 실해야 만이 인체의 다른 모든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치이며, 모든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적응(구조조정)을 하여 우리 몸의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상허하실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의식이 단전으로 내려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하는 일, 사고는 인간이 지닌 여러 기능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러기에 사고가 곧 생명자체라거나 인간의 본질은 아니다. 우리의 사고와 의식은 비행기 조종석의 파일럿처럼 언제나 조정실을 떠나지 않고 핸들을 잡은 채 조정석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뇌에 모든 의식이 집중이 되어 중앙집권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즉 상실하허의 상태가 되면, 머리는 무거워지고 화승수강(火昇水降) 하게 된다. 이럴 경우 피는 머리로 거꾸로 몰리고 불기운이 위로 치솟게 되어 생명유지가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건강한 신체를 지니기 위해서는 머리는 차고 발은 따듯한 상태, 즉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식이 단전에 자리를 잡고 무게 중심은 대퇴부와 용천으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유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고를 해야 할 때에는 집중해서 적극적으로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생각을 쉬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상허하실이 될 수 있다.  

동식물이 건강한 것은 인간처럼 생각에 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은 뿌리를 땅 깊숙이 내려 중심을 잡고 기후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를 한다. 짐승들 또한 깊은 생각이 없다. 머리가 있다 해도 단순한 생각을 할 뿐이다. 그래서 두뇌가 작고 비어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짐승들은 모두 하체가 견실하고 몸이 바람처럼 가벼우며 동작이 날렵하고 변화에 민감한 대비를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상허하실이 되어야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처럼(行而風, 行而雲, 行而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  

쓸데없이 생각이 복잡하고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머리가 무겁다. 그 무게에 비례하여 스트레스 또한 많으며, 스트레스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장부와 몸에 경직으로 나타난다. 종종 어린 아이들이 고층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 것은 걱정과 근심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지지를 않는다. 심신이 경직되지 않으면 이렇게 애들과 같이, 바람과 하늘을 나는 새처럼 몸과 마음은 가볍게 되는 이치가 아닌가 싶다. 옛 어른들의 말씀과 같이 여인네들처럼 자질구레한 생각들을 머리와 가슴에 항상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다녀서는 안 된다. 여자들이 죄가 많다고 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쁜 짓을 많이 하거나 열등해서가 아니다. 가슴속에 잡다한 생각과 감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꼬~옥 품안에 끌어 앉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상허하실이 잘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나무나 짐승들처럼 상체를 빈 껍질처럼 상허하실의 몸을 만들어야 어떠한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적응하면서(구조조정을 하면서)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 수가 있다. 이를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 의식은 언제나 단전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나) 조신과 조심, 조식은 상허하실의 상태가 되기 위한 최상의 수련 원리이다. 

다) 모든 생각과 호흡, 일거수일투족이 단전에서 시작되어 단전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라) 상체의 무게를 대퇴부와 발바닥의 용천에 걸리도록 한다.  

마) 마음에 감정이나 생각이 맺히지 않도록 한다.   

백수의 왕 사자는 사냥하는 시간을 빼면 거의 온종일을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일단 사냥이 시작되면 순발력을 발휘하여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단조롭게 살던 농경사회가 아니다. 분초를 다투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정보화 사회이다. 지금의 생존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느긋함이요 둘째는 순발력,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구력이다. 상허하실은 이 세 가지 덕목을 현대인이 동시에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방법이며, 몸과 마음의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