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수련원)

2019/11/23)

그럼에도 새벽 시간대를 포기하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일과 병행하면서 수련을 하는 데는 새벽 시간대가 적절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새벽 시간대의 수련 분위기, 함께 하는 선후배 동료 수련자들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새벽 시간대 수련자들이 ‘여왕님’으로 모시는 비르짓다 권중화 자매님께서 매일 준비해 오시는 일용할 간식을 먹으면서 주고받는 짧은 정담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음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몸의 변화는 놀라왔다. 새벽 기상과 운동은 내 사전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초기에는 반은 행공하고 반은 누워 자다시피해도 일과(日課) 처리가 쉽지 않았는데, 5개월째 접어드는 시점부터는 수련의 전과정을 따라 해도 큰 지장이 없을 정도는 됐다. 아직까지 간간히 나오는 하품이나 엄습하는 낮잠은 피할 수 없지만, 수련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큰 성취라 하겠다.

다른 하나는 수련에서 생각과 마음 비우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배들의 수련 모습, 특히 준비 동작이나 정리운동의 모습을 보면서, ‘선배들처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가졌었다. 달리 말하면, 과도한 의욕이나 조급증에 빠져 있었다. 문제는 몸은 따라가지 않는데 마음이 앞섰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설픈 동작이요, 부실한 수련이었다. 매사에 서두르고 성격도 급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는데, 이런 점도 수련과정에서 은연중 드러난 것 같았다. 이때 원장님의 말씀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말씀은, 내 식대로 해석하면,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심신을 관조하고 느끼면서 자세를 바로 하고 생명에 감사하는 자세로 호흡에 몰두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말씀을 체화해 실천하기란 너무나 힘든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호흡의 리듬에서 벗어나 ‘말씀의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