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실타래 풀기

이문희

국선도를 만나고 처음 4개월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수련을 했다. 그 후 5개월은 주 3회 정도 수련에 참여했다. 그 간 수련으로 내 몸에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평생 동안 수련을 멈추지 않을 결심도 했다. 그런데 왜 점점 수련에 참여하는 횟수는 줄어드는 것일까?

내 몸의 오른쪽 전체는 약간의 마비증세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른쪽과 왼쪽은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눈은 윙크가 되지 않는다. 오른쪽 귀는 왼쪽 귀에 비해 먹먹하다. 오른쪽 어깨쭉지는 프라스틱 날개가 끼워진 듯 불편하다. 오른쪽 엉덩이는 간혹 통증이 있다. 내 몸이 이런 상태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국선도 수련 덕이다. 매일 수련 시간 중 20분 정도를 오른쪽 어깨를 수련원 바닥에 수평이 되게 하려고 누워있는 동작을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오른쪽 몸의 마비증세는 점점 나이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더딘 몸의 변화는 사실 좀 답답하다. 아직도 여전히 오른쪽 어깨와 팔은 무거운 돌멩이를 올려야 겨우 바닥에 닿는다, 이럴수록 더 열심히 수련에 참여해야 할 텐데 하루하루 수련을 빠지는 날이 늘어나곤 한다.

이렇게 조금 불성실하게 수련을 하던 중, 9월 첫 번째 토요집중수련에서 우리 몸을 엉킨 실타래와 비유하시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그동안 답답했던 상태를 이해하게 되었다. 엉킨 실타래 같은 몸을 풀려면 좀 더 세심하고 좀 더 주의 깊게 그리고 꾸준히 수련해야 하는데 오히려 실타래를 어디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만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무의식은 수련원을 하루 이틀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제출해야하는 날을 훨씬 넘겨 수련기를 쓰다 보니 현재의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두 달 전부터 매일 6분을 투자하여 한발로 서는 동작을 하고 있다, 이 동작은 수련원에 가지 않는 날에도 하고 있다. 새벽수련을 가지 않기 위해 아침에 일을 만드는 것처럼 직장에서의 일은 점점 많아지고 아침시간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많아진다.

수련이 엉킨 실타래로 느껴져 답답한 마음이 먼저인지 새벽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의 상황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수련하는 날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동안의 국선도 수련은 나에게 일상의 차분함과 육체적인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난 아주 오랫동안 국선도와 함께 하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점점 수련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앞으로 3개월 정도 토요집중수련이 개인적으로 해왔던 공부를 마무리하는 일로 인해 어렵게 되었다, 하여 평일 새벽수련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20년 전부터 뒷목 부분에 있었던 큰 뭉침이 좀 작아졌다. 뒷목 뭉침은 두통으로 이어졌었는데 요즘은 훨씬 머리가 가벼워졌다. 이렇게 변화되어가는 내 몸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2018. 9. 8